<시리즈> 긴급점검 부품업계 불황타개 전략 (3);경영합리화

「기업의 경쟁력은 조직의 효율화에서 나온다.」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기업들이 대대적인 조직슬림화 등 경영합리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총액임금제가 재계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명예퇴직제 도입이 확산되고있으며 인력채용 방식도 일시공채에서 상시채용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등은 이같은 움직임의 하나다.

경영합리화는 비용절감과 함께 기업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불황타개책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지만 비용절감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플랜에 근거한 고단위 처방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비용절감운동 등 소극적인 대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조직이나 사업구조에 손을 댐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풀어가겠다는 강력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발빠른 경영합리화 움직임은 주로 대기업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 계열 종합부품회사를 필두로 점차 부품업계에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반도체업계는 경영합리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예.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반도체호황으로 조직확장을 거듭해 왔으나 최근 반도체불황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대대적인 조직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력감축을 위해 우선 명예퇴직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며 한계사업에 대한 정리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일반 부품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기는 그룹의 발표가 나는대로 한계사업의 정리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며 인력충원도 최소화, 그룹의 전략사업인 자동차부품사업에 필요한 인력도 자체인력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부품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생산성 20% 증가까지는 현재의 인력으로 커버하고 그 이상의 증가목표를 세우는 부서에 대해서는 비례적으로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인력최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부품은 지난달 중순 전략적사업단위(SBU)를 폐지하고 4개 소사업부(OBU)를 2개로 축소하는 등의 대대적인 조직슬림화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한솔전자가 품목별 사업부를 기능별 조직으로 통, 폐합하고 대덕전자가 「부문」제를 도입하는 등 대기업에서 채택하던 조직구조를 중소 부품업체들도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특히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계사업 정리방침은 조만간 계열 부품업체들에 이어져 이들 업체의 조직슬림화 작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차원의 한계사업 정리는 이미 10일 LG그룹이 발표했으며 삼성그룹도 다음달 중 발표한다는 계획아래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으로 있는 등전 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같은 조직개편이 모두 축소지향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보통신부품사업 등 전략사업에 대해서는 인력이나 투자를 집중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마디로 현재의 조직개편을 불황에 대한 한시적 조직으로의 개편이 아니라 차제에 장래에 대비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의 첫걸음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자체사업에 대해 벤치마킹을 실시하는 부품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라도 배울 점은 배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기가 최근 자체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위해 경쟁국인 일본의대표적 부품업체와 비교해 정밀 경쟁력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PCB업체인기라전자는 협력업체인 LG전자에 의뢰해 최근 경영전반에 대한 벤치마킹을받은 바 있다.

이수전자가 경쟁사인 코리아써키트의 경영전반을, 삼화전자가 최근 매출이급신장하며 경쟁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수세라믹을 집중 분석하고 나섰으며, 종합부품업체인 L社가 경쟁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등 예전에는 자존심때문에 생각도 못했던 경쟁사 배우기가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영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전문경영인의도입도 하나의 바람이다. 대표적인 PCB업체인 대덕전자와 대덕산업을 비롯해두산전자, 코오롱전자 등 PCB업계, KMW 등 상당수 업체들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있다.

부품업계는 내년에는 올해의 불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부품업체와 중견 부품전문 그룹업체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의 조기수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에 이같은 내핍경영, 경영합리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담겠다는 지침을 세워놓고 있는 상태다.

부품업계의 이같은 합리화 정책은 내년도 임금인상 억제, 인력감축을 불가피하게 야기할 것으로 보여 적지않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합리화 과정에서 이같은 마찰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또다른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부품업계는 그러나 『엔고시대에 일본업체들이 살아남았듯이 이번 불황기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부품업계의 감량경영 바람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