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유통의 요람 전자상가 지상여행 (13.끝);국제전자센터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유통문화를 만들자. 굳이 사람이 움직일 필요가 있겠는가. 안방에 앉아서 또는 누워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통신망을 이용해 쇼핑할 수 있는 첨단유통이 실현되어야 한다. 또 대금지불은 현금다발로 치러야 하나. 아니 신용카드도 귀찮다. 컴퓨터로 연결된 통신화폐를 이용하자. 애프터서비스도 전화나 키보드 하나로 해결해 보자. 배달은 또고객이 직접할 수 있겠는가. 전문 택배사를 이용한 전문 배달시스템을 활용해 보자. 국내시장은 너무 좁다. 오대양 육대주를 손아귀에 넣을 수는 없을까. 전세계를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해 보자.」

이는 SF영화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다. 올해말이면 실현될 새로운 쇼핑문화이다. 이러한 개념을 접목시킨 상가가 올해말 들어선다. 서울 강남 전자상권을 전진기지로 세계시장 공략을 지상목표로 한 대규모 군단이다. 초기의 막대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세계를 정복한다는 야심아래 힘찬 진군나팔을 불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국제전자센터」. 그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듯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인근에서 가장 우뚝솟은 건물이 국제전자센터이다.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망치소리가 한창이다.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외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유통사들이 대거 몰려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유통시장을 지키겠다는 「파수꾼」의 역할을 스스로 자청하고 나섰다. 국제전자센터는 신원종합개발이 공사를 맡고같은 신원그룹의 계열 유통사인 서원유통이 관리를 맡고 있다. 전자랜드와같이 대기업이 모기업으로 바쳐주고 있다.

국제전자센터가 굳이 강남을 텃밭으로 잡은 이유도 앞서 설명한 국제, 미래형 유통을 구축하기 위한 초석의 일환이다. 먼저 무역의 중심지로서의 위치 구축이다. 내년이면 반환될 홍콩의 영유권과 관련돼 시장선점의 의지가깊게 배어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일본이지만 일본은 자국의 유통망이 이미 넓게 깔려 있다. 외국 유통사로선 큰 매력을 못 느낀다. 다음으로큰 시장은 역시 국제도시이자 무역의 중심항인 홍콩. 그러나 내년 중국에 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큰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은 통일의 가능성이 커지고있어 시장잠재력이 큰데다 소비성향도 일본 못지않다. 더구나 세계 최대의시장이라는 중국이 인접하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큰 러시아 시장도 육로로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일후 한국시장은 유통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오는 2000년 아시아태평양 경제각료회의(APEC)를 두고 한국이 국제적인도시로 재부각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외국의 유명 유통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자본을 무기로 미리 장악해 놔야 나중에 쉽게 다리를놓을 수 있다는 속셈이 배어 있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 있다간 안방시장을송두리째 빼앗기고 만다. 국제전자센터는 여기에 맞서 「신토불이 유통」을내걸고 오히려 외국으로 진출하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무역단체 및수출업체들이 많은 강남상권을 장악해 무역의 창구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국제전자센터의 기본발상이다.

특히 다가올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해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말 그대로 국제전자센터가 국제화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세계시장을 하나로 묶는 사이버마켓을 구축하는 것이 국제전자센터의 기본발상이다. 이를 위해 1단계 전자상품정보시스템(EPIS)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모든 전자제품의 창고, 판매, 배달, 대금지불, AS 등이 컴퓨터통신으로 이루어 지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고객은 집에서 최상의 쇼핑서비스를 받을 수있다.

국제전자센터는 나아가 이를 인터넷에 접목시켜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을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대용량의 데이터베이스 안에는 각 입점업체의 상품정보들이 저장되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쉽게 제공된다. 키보드의 단추 하나로 세계 어느 누구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배달은 물론 전문 택배사가 맡는다. 대금 역시 외환은행이 모든 결제를 맡아하고 AS는 각메이커와 자체의 통합 AS센터가 전담한다. 이렇듯 국제전자센터의 운영은 내부의 관리와 아웃소싱에 의해 이루어진다. 점포는 오히려 전시의 개념이 강하다.

국제전자센터가 강남을 텃밭으로 잡은 두번째 이유는 부유층 상권이라는점과 한강 이남 신도시와 고속도로를 옆에 끼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상권의소비성향은 고급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므로 국내 전자메이커의 제품과해외 유명 브랜드를 전부 취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주간 상주인구 2백30만여명과 야간 주거인구 2백50여만명의 잠재 고객들이 주고객으로 활발한 소비를 보장할 것이라고 국제전자센터측은 믿고 있다.

또 의왕, 과천, 평촌, 성남과도 인접해 있어 폭넓은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것도 국제전자센터가 내건 장점. 여기에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과 직접연결된 시내 교통조건과 경부고속도로 진입로라는 점에서 상가의 필수적인교통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또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남국제센터로 명명된 「프리빌 빌딩」과 「엔터테인먼트 빌딩」. 세계화에 맞춰 컨벤션센터와 각종 전시장이 들어설 「프리빌」은 각종 국제회의와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한 상담의 요람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엔터테인먼트」는 각종 오락 및 식당가 등 쇼핑의 부가적인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게임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렇듯 국제전자센터는 하나의 거대한 전자유통단지로 「테마파크」를 이루고 있다.

국제전자센터의 관리사인 서원유통의 박옥석 사장은 『신개념의 전자상가를 만드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기존 용산전자상가도 아니고 여타 신흥 전자상가도 아니다. 유통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우리의 시장을 넘보는 외국 유통사들이다. 아시아의 최고 상가로 향후 국제적인 황금상권이 형성될 한반도를 지키는데 국제전자센터의 목적이 있다』고말한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세계 초일류를 기업들은 모토로 내걸고 있다. 「소리없는 전쟁」으로 비유하는 기업의 세계화전략에 맞춰 유통시장도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무서운 회초리를 가하고 있다. 안방시장에서아웅다웅 서로를 견제하는 시대도 지났다. 국경없는 세계시장은 힘센 업체들의 공연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제전자센터의 설립은 사뭇 의미가 크다. 「국내전자센터」가 아닌 진정한 「국제전자센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