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는 최근 야심작 「한글프로96」을 출시하고 전국 순회 로드쇼에 들어갔다. 이 로드쇼 행사는 이달들어 중국에까지 이어졌다.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대대적인 홍보 수단으로 벌이곤 하던 로드쇼를국내업체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의 「개발 이후」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이제 마키팅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국내 개발사들이 한글과컴퓨터 처럼 전국적인 홍보 행사와 이를 이용한 유통 확대 전략을 몰라서 안하는 것은 아니다. 자금은 물론이거니와 조직적인 지원이 따르지 않아 엄두를 못내고 있을 뿐이다. 중소기업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개발사들의 입장이란 영업 사원으로 변신한 사장이제품을 직접 들고 다니며 고객을 찾아 다니는 것이 고작인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발사들이 유통 환경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돼있을 수 밖에 없다. 번들 공급 계약이라도 잇따른다면 행복한 경우다. 개발사의 기업규모를 탈피하지 못하는 수준의 유통업체에 판매를 일임하고 처분만 기다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마디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모 SW개발사의 대표는 『문제는 제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사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상품성과 기술력을객관적으로 인증해 줄 수 있는 방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관련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나 기관들이 개발업체들의 상품 유통화에 더욱 적극적으로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농협이나 수협의 경우 처럼 소속 단체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인증해주는 절차가 필요하며 이들 단체는 나아가서 유통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다른 분야에서의 사례를 부러워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최근 제품 평가를 유통업체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공증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공증대행 및 공증제품의 홍보관 마련 등 대책 마련에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유통체계 확립의 또다른 측면에서 업계 노력을유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의 활동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해부터 SPC를 통해 SW불법복제에 대한단속과 고발이라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유통체제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크고 작은 단체들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문 유통법인의 설립 등도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 호응을 얻고있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