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유통과 불법복제 현황

소프트웨어의 유통중 불법복제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소프트웨어 산업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불법복제 유통의 대상은 「로터스1.2, 3」 「d베이스III」 「오토캐드」 등 주로 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SW 불법복제는 PC 사용자가 별로 없던 시절이어서 산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PC의 보급이 폭발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윤곽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이슈로 등장했다.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이 9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불법복제 문제를 통상문제화하고 나선 것이 이슈화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노벨, 오토데스크, 볼랜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미국의 상업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환경에서 「거인」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 부터이다.

BSA활동의 영향을 받아 91년 결성된 것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의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이다. BSA와 SPC는 국내 소프트웨어불법복제자에 대한 감시와 고발의 대명사로 돼있다.

불법복제 대상 소프트웨어는 99%가 PC용이다. BSA 및 SPC의 고발과검찰 단속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불법복제 대상 소프트웨어는 놀랍게도20여종 내외에 불과하다. 개발사별로는 「MSDOS」 「윈도3.1」 「엑셀」 「MS오피스」 「폭스프로」 「비주얼베이식」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볼랜드 C++」 「d베이스III」 「델파이」의 볼랜드가 가장 많다. 그 뒤를「오토캐드」 「3D스튜디오」의 오토데스크,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의 어도비, 「노턴유틸리티」 「노턴커맨터(NC)」의 시멘텍, 「로터스1.2, 3」 「오거나이저」 등의 로터스가 따르고 있다.

국내 개발사로는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한메소프트의 「한메타자교사」등 2∼3종 정도이다. 이밖에 노벨의 「네트웨어」,샌터클라 오퍼레이션즈(SCO)의 「SCO유닉스」 등도 가끔씩 낀다.

불법복제 대상에 국산 제품이 별로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분명한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불법복제를 용인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법복제할 대상 제품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마국 제품의 경우 이미 단종한 것이나 다름 없는 「MSDOS」「윈도3.1」 「폭스프로」 「d베이스III」 「로터스1.2, 3」(도스용) 등 미국산 소프트웨어들이 아직도 주요 불법복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보면 최근의 불법복제 단속이나 고발사건들은 결국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실속만 챙겨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한편 BSA나 SPC의 최근 활동을 눈여겨 보면 고발이나 적발대상이 과거개인사용자 및 소규모 영세 사설학원 중심에서 대규모 불법복제 유통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PC회사 대리점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볼수 있다. 이는 과거 지적재산권에 대한 지도계몽이나 홍보 차원을 넘어 고발과 함께 피해보상이라는 실질적인 이익을 챙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입장을 대변 하고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 역시 국내 회사들 보다는 미국 회사들의 몫이 대부분 이겠지만 불법복제를 근절시켜려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