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텍트로닉스가 디지털 오실로스코프 가격을 아날로그 수준으로 대폭 인하함에 따라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를 생산하는 국내 계측기기 업체의 생산및 판매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텍트로닉스는 최근 출시한 60/1백 디지털 오실로스코프 가격을 국내 계측기기 업체들이 주력 생산하고 있는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와 비슷(60 90만원, 1백 1백20만원)하게 책정하고 시판중인 제품도 가격을 인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계측기기 생산업체인 LG정밀과 흥창물산 등은 그동안 기술력이부족하고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주로 1백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 생산에 주력하는 등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를 생산하는 미, 일 등 외국 선진업체들과 차별화전략을 펼쳐 왔다.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 판매이익이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에 비해 떨어지지만 학교 등에 교육용으로 대량 판매하는 등 박리다매로 어느정도 수지타산을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텍트로닉스가 디지털 가격을 아날로그 수준으로 책정함에 따라 아날로그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정밀의 경우 연초부터 1백부터 5백까지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를 단계적으로 개발, 내년에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텍트로닉스와 비슷한 가격대로 상품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수십억원에 달하는개발비만 날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텍트로닉스와 1백급 이상의 중저가형 오실로스코프 시장에서 경쟁중인 히타치, 이와츠, 켄우드 등 일본업체들도 가격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오실로스코프 생산업체인 텍트로닉스가 그나마 국내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판매하고 있는 저가제품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국내업체와 관계기관이 공동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산 오실로스코프를 찾아보기조차 힘들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계측기기 업체들의 계측기기 전체 판매량 중 오실로스코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이상 달하고 있으며 이중 1백 급이 40%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