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과학기술의 토착화

金東柱 과학기술처 인력계획과장

최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막을 내린 고등과학원 개원기념 국제심포지엄에는 6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포터 경(卿) 등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12명의 세계 정상급 학자들이 참석해 강연한 바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청년 과학도들에게 세계 정상급 과학자들의 육성강연을 듣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들은 세계 정상급 석학답게 강연마다세계 최신의 과학과 기술을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겯들여 설명해 과학기술의의미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영국의 포터 경은 현재 우리가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석원료에서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1인당 1.8에 불과하지만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할 때 ATP(아데노신에 3종류의 인산이 결합된 고에너지 화합물)에 저장되는 에너지 양은 1인당 5천에 달한다며 화석원료와비교할 때 무궁무진한 미래의 에너지원임을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전 국토의 70%가 산림지역이면서도 에너지 원료를 거의 전량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개발정책과 연관해 볼때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강연내용도 우리가 잘 소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면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점에서 통역없이 하루종일 계속된 이 심포지엄은 처음부터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사전에 강연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배포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배려가 충분하지 않아 아쉬웠고 강연 후에 전문가들의 후속토론을 기대했으나 이것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등과학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을 보고 느낀 점은 세계 최정상의 학자들이본 우리의 모습에 대한 조언과 강연을 통해 우리 학문의 발전과 기초과학의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라는점이다.

기초과학은 그 특성상 파급범위와 효과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어서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학문의 사회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참여 층이 두터울수록 참여 대학이 많을수록 학문적 시너지 효과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고등과학원 관계자들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심포지엄 내용을 잘 정리해 국내 관련 학계에 배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과학자들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세계 석학들이 이번 심포지엄에서 우리에게 제시한 메세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우리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토착화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