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무역적자의 주범

임금동결, 감원, 명예퇴직 등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별로 듣지 못했던달갑지 않은 용어들이 최근 정부기관이나 재계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불황국면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급 이상 공무원의 봉급을 내년에 동결하기로 했으며 재벌그룹들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경영진 인사를 서둘러 단행하는가 하면 감원이나 조기 명예퇴직 등 감량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를 보거나 장바구니 물가를 보면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 들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임금동결이나 감원 등 극약처방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불황국면이 심각한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 사회전반에 불건전한 소비풍조가 만연돼 있다지만 이것이 곧 수입증가를 부추겨 국가경제를 이토록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된 것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국면이 있다.

얼마전 김영삼 대통령이 국가경제가 어려우면 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래야만 정부의 경제불황을극복 노력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임금동결이나 감원 자체를국민들에게 홍보하라는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소비절약과 한자릿수 임금안정이 시급한 과제라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래야만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의 수출부진 현상을 두고 『반도체 이외의 수출은 그런대로 소폭(5.2%)이나마 늘고 있는데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월비 52%나 감소했기 때문』 이라는 정부 발표는 국민들이 세계반도체 수출가격이 연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것은 알 필요도 없이 반도체 수출업계가 수출전략을 잘못세워 수출이 부진한 것으로 잘못 이해될 소지가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대형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제, 『무역수지 악화의 주된 원인은 중화학제품의 수출감소와 소비재 및 자본재의 수입증가 때문』이라면서 반도체를마치 무역적자의 주범인 것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는것은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