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31);사후지원

소프트웨어의 상품가치는 각 기능이나 성능도 중요하지만 판매된 이후 사용자 교육과 사후지원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지원의충실도에 따라 상품적 가치나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소프트웨어의 천국인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력은 크게 두가지요소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표준 규격과 사후 지원이다. 표준규격과 사후 지원 단계는 소프트웨어 제품 주기에서 맨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는 개발 분야에서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도 제품 출시 이후의 대비책에 상당한 취약점을 드러내 놓고 있다는 지적을받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완성 주기가 기획에서 개발, 상품화, 소비자들에게판매된 이후 교육과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사후지원까지의 과정들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럴지 못하다.

대다수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경우 기획과 개발에는 나름대로 심혈을기울이고 있지만 제품의 완성 단계가 진전될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용두사미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개발과 판매까지는 정성을 들이다가도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넘어간 이후부터는 생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팔고나면 그만이다』라는 사고가 업계 전체에 팽배해져 있는 것을 들수 있다. 개발업체 당사자 까지도 소프트웨어를 소비재 공산품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개발사들이 사후 지원 분야까지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은 제품의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여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개발사들이 소프트웨어 제품 주기에서 소홀히 취급하고있는 구체적인 분야는 교육과 고객서비스 지원 등 상품화의 마지막 부문이다. 외국의 유명 업체들이 자체 교육센터를 완비하고 정기적으로 세미나를개최하는 등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대고객 지원센터 등을 통해 사후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중소개발업체의 사장은 『「한글」이나 「이야기」등 범용적인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제품과 달리 인지도가 낮은 중소업체들의 제품은 번들공급이나 위탁판매를 통한 유통이 대부분인데 이런 단발성 유통망 확보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사전 교육이나 사후 지원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그 이유를 취약한 자본력과 인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인력의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수긍이 안가는 문제점들도 있다. 우선 제품교육과 관련, 번듯한 교육센터 등을 운영한다는 것은 장기적인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해도 제품의 1차 교육자료로서 메뉴얼(제품 사용설명서)이 부실한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용자가 제품구입후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교육자료인 사용설명서가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로 가득찬 경우가 비일비재해서사용설명서란 이름이 무색한 지경이며 사용중에 문제가 나타나도 참고하기가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전산원의 김길웅 사장은 이에대해 『대부분 사용설명서 제작을 개발자가 직접 작성함으로써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사용설명서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사용자가 제품 사용과 함께 사용자 입장에서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개발자가 아닌 제품 테스트 전문 인력들이 메뉴얼 작성을 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나 큰사람컴퓨터 등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고있는 업체들의 경우 자체 계열 출판 전문 법인을 통해 전문 메뉴얼 작성에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의 기능에 펑션키를 과다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메뉴얼 작성 업무를 번거롭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에 온라인 도움말 기능을 강화하고 좀 더 직관적인 그림사용자인터페이스(GUI)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일부 개발사들이 고객지원과 교육 내용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필수 교육과정을 유료화함으로써 오히려 사용자(구입자)들에게 비난을 받고있는 경우도 있다.

제품 교육과 함께 사후 고객지원 서비스의 취약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한번 팔고 나면 그만이고 그 이후를 준비하는데 너무 소홀하다는 얘기다. 보통사후 지원의 경우 전화상담이나 온라인 상담, 직접 출장 등 문제 해결에 대한 지원과 제품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지원 등을 소홀히 취급함으로써 한번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확보하는 전략면에서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최근 사용자가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이나 일반 PC통신의 기업 포럼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사후서비스는 가능하다. 최근 이러한 통신상의 고객지원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여서 그나마다행으로 여겨진다. PC통신 등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앞서 지적한 메뉴얼작성의 헛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관리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통신소프트웨어 「이야기」 개발사인 큰사람컴퓨터의 황태욱사장은 『국내개발업체들의 경우 교육센터나 고객지원센터 등을 운영한다는 것은 꿈같은이야기이며 제품의 업그레이드만 제대로 돼도 다행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며 『우선은 메뉴얼 작성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큰사람컴퓨터의 경우 도서출판 큰사람에서 메뉴얼을 비롯한 각종 교육서적을 출판하고 있으며 전화상담 및 통신지원을 위해 20여명의 전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제품의 일차적인 성공열쇠는 제품의 우수성을 들 수 있겠지만 적절한 교육과 사후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반짝 떠올랐다 사라지는 일과성 제품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SW업계는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