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미, 일 반도체 밀월

요즘 미국, 일본 반도체업체들간 협조체제가 눈에 띄게 긴밀해지고 있다. 지난 7월말 반도체협정 갱신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일촉즉발의 무역전쟁으로까지 치닫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후 양국 업계의 관계는밀월관계로 급선회하고 있다. 비온 후에 땅이 다져지는 격이다.

사실 86년에 체결된 반도체협정을 둘러싸고 양국 정부와 업계는 줄곧 대결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양국 업계는 협력시대로 이행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달 초 반도체협상 타결 직후 美 반도체산업협회의 패트 웨버 회장이『일본은 신흥 공업국들과 비교할 때 자유무역의 살아 있는 표본』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데 이어 양국 업체들간 협력, 제휴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새로 맺어진 제휴만 해도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합작해 2백56MD램을 생산하기로 했고 일본 도시바와미국 케이던스 등 6개 업체들은 시스템 LSI기술 표준을 위해 연합을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또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시장에서 美인텔에 도전하기보다는 공존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 일간 협조분위기는 비단 반도체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 필름 불공정거래 문제로 시비를 벌이던 일본 후지필름과 미국 이스트먼 코닥이 최근에는 예상외로 디지털사진 분야에서 제휴하기로 하는 등다른 분야로도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미, 일은 최근의 반도체가격 하락현상은 우리나라 기업의 과잉생산이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화살을 우리 쪽으로 돌리는 한편 우리의 경제개혁과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아무튼 양국의 산업계는 이제 더 큰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동보조를취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양국의 이같은 대외 통상정책은 미, 일 반도체협상이 타결되었을 때 이미예견됐었다.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경제외교도 중요하지만 기존 통상, 산업관계를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로 이끌어가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