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문 동시통역사 염혜희 씨(42). 컴퓨터 정보통신 관련 첨단업종 종사자들에게 꽤 낯익은 얼굴이다.
세계 거대 컴퓨터 관련 기업들의 신기술세미나나 이 분야 거물들과의 공식인터뷰 장소에서 그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영어문장을 들음과 동시에 통역해내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일이지만 그는 전문용어들이 빈번히 나오는 세미나 내용들을 일상용어처럼매끄럽게 번역해낸다.
『세미나나 인터뷰에는 이 분야 관련 전문용어들이 많이 쓰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내용이나 용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는 있어야 합니다. 다른 일반 통역자들처럼 단어의 뜻 그대로를 번역하면 낭패를 보기 쉽지요.』
동시통역사로 그의 경력은 올해로 15년째. 당당한 베테랑이지만 그녀의 직함에는 [전자전문]이라는 수식어도 함께 따라다닌다.그녀가 지닌 또 하나의경쟁력인 셈이다.
올해로 동시통역사 경력 4년째를 맞고 있는 김고운씨(28)도 전자전문 동시통역사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최근들어 그녀가 맞는 동시통역일 거의 대부분이 컴퓨터 정보통신업체들에서 의뢰한 것들이다.
『세미나나 인터뷰 전에 반드시 자료를 먼저 입수하거나 연사와 만남을 갖습니다.전자관련 분야의 경우 매번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사전준비 없이 행사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죠.』
컴퓨터 통신관련 세미나에서 염혜희씨와 같은 전자전문 동시통역사로 만날수 있는 사람의 수는 영어의 경우 10명선.일본어를 포함해도 15명이 채 되지않는다.국내에 이 분야 전문가의 수가 15명 미만인 셈이다.
얼마 되지 않는 수지만 그나마도 국내에 전자전문 동시통역사라 할만한 사람이 등장한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 95년 이후 컴퓨터 정보통신 관련 해외 거대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 분야 용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인이 필요해지면서부터다.
전자전문 동시통역사 역시 컴퓨터 정보통신산업의 부흥에 힘입어 새롭게등장한 신종직업인 셈이다.
『철저한 프로정신이 없으면 동시통역사로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동시통역이 부업으로 곁들일만한 고소득 직종이라는 말은 전혀 맞지가 않아요.모든생활을 일 중심으로 맞춰야만 이 분야에서 생존할 수 있지요.』
[생사를 건] 직업정신은 이들이 강조하는 동시통역사의 필수조건이다.
동시통역사들의 소득은 시기별,개인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간당 10만원씩 계산된다.
염혜희씨의 경우 이 분야의 1인자답게 월평균 소득이 9백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4년경력의 김고운씨는 월평균 6백만원 정도.
『액수만 보고 고소득이라고 하면 곤란해요.동시통역사가 되기까지 쏟아부은 노력도 무시못해요.』국내에 통틀어 10명내외의 인력이라면 그 정도의 소득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동시통역사가 되기 위한 국내 교육기관으로는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이유일하다.국내에서가 아니면 외국의 통역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
[전자전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개인적인 노력만이 해결책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