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컴퓨터 주변기기 역수입 무엇이 문제인가 (중)

역수입 수법은 점차 다양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로부터 정식 통관을 거쳐 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수출될 물량이비행기 또는 선박에 선적되기 전에 수출입 서류조작을 통해 다시 국내에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역수입된 제품들은 컴퓨터상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A사, H사 등의전문 유통업체들에 40∼70일 기한의 여신으로 공급된다. 공급된 제품은 이들업체에 의해 「꺾기」 등의 방법을 통해 시중 유통가격보다 5∼7% 싼 가격으로 대량 유통되는데 현재 역수입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중엔 유감스럽게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역수입 물량이 가장 많은 제품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다. 모든 컴퓨터에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만큼 수요가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제품의 부피가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역수입된 삼성전자의 HDD는 8만2천9백대 규모로 정상 유통 물량 31만대에 비하면 약 27%에 이른다.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역수입된 HDD는 3만6천대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하반기 들어 컴퓨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역수입 물량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달간의 역수입 수량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천∼2천개 단위이던 1회 수입물량이 지난 달엔 1만개 단위로 급증했다. 또한 지난주말 미국으로부터 역수입된 HDD 역시 1만개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5∼7회에 걸쳐 수입되던 물량이 이젠 1회 물량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LG전자, 삼성전자의 8배속 CD롬 드라이브 역시 역수입 단골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지난 4월과 5월엔 K사, S사 등을 통해 LG전자 제품이 대량으로역수입되면서 상반기 유통가격을 크게 떨어뜨린 전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지난달 초에도 LG전자 제품 1만대와 삼성전자 제품 2천여대가 역수입됐는데이중 일부는 현재까지도 시장에서 유통되면서 정식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수출된 제품을 국내로 역수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1주일에서 15일 정도다. 이들 제품은 매뉴얼과 제품 포장만 영어로 돼 있을 뿐 국내 유통제품과 똑같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시키기가 매우 쉽다. 현재 역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 대규모의 S사, K사 등 2개 회사 이외에도 10여개의 중소업체들이 단타성 역수입 업체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미국 소재 딜러들로부터 국제전화, 팩스 등을 통해 수시로 가격정보를 접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수입 제품은 해당 제품의 유통가격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는데 그 이유는 가격이 안정된 시기를 택해야만 꺾기를 통한 시장공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역수입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면 가격인하에 따른 출혈경쟁이 발생하게 마련인 데 최근 역수입 물량이 대폭 늘고 있는데다 유통기간 또한 길어져 1년 내내 가격안정 기미를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