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변혁기 전자산업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전자산업이 기로에 서있다.

WTO체제 출범으로 인한 무한경쟁 시대의 도래, 우리나라 수출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출부진,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가격쟁쟁력상실과 선진국 제품과의 기술격차로 인한 국산 가전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확대의 한계점 도달,경제전반에 걸친 내수시장 침체 등 안팎의 장애요인이불거져 나오면서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전자산업이 덜꺽 발목을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이쪽저쪽에서 전자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백50억달러를 수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등 고속 성장을 유지해 온 한국 전자산업에 있어서 이젠 내실을 기하고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생존전략 마련이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응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전자산업계의 구조조정 작업, 다시말해 전자산업의 구각을 벗고 새로 태어나는 대변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선도해온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의움직임은 「본능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더이상 TV,VCR,냉장고,세탁기등 단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가전업체에 머물러서는 급변하는 전자산업계에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절박한상황인식 아래 종합전자업체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가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구조조정작업가운데 핵심사업은 기존의 단순 가전사업에서 탈피, 정보가전을 중심축으로한 멀티미디어 사업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월 부회장 직속의 「멀티미디어 총괄조직」을 신설, 가전의 AV사업과 정보통신사업을 한데 묶어 이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사업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7월초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를 새로 출범시키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심으로한 신규사업을 확대키로 했으며 대우전자는 앞으로 TV를 중심축으로 한 멀티미디어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전략아래 최근에는(주)대우로부터 반도체사업부를 인수받는 등 기반기술 확충에 적극 나서고있다.

이와 함께 가전3사는 최근들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제품의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수익성이 없는 제품의 생산을과감하게 중단하는 한편 해외 현지공장에서의 제품생산 확대와 공장합리화사업을 병행하는 등 가전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적지 않은관심을기울이고 있다.

가전업계와 더불어 사업구조 조정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우리나라 수출주력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를 들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확보, 엔고현상 등에 힘입어 세계시장을 공략해온 반도체업계는 최근들어 엔저현상과 메모리 반도체의공급과잉에 의한 가격하락으로 수출부진의 늪에 빠져 들면서 올해 우리나라반도체 수출액은 당초 예상치에 크게 못미치는 1백65억 달러에 머물것으로전망되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내년에는 멀티미디어 PC의 보급 확대와 정보가전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시장이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업계는 장기적으로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기술개발 없이는 점차 경쟁이격화되고 있는 반도체사업 분야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이에따라비메모리 반도체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가급 메모리반도체의 생산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연간 판매량 2백만대를 육박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온 국내 PC업계도 최근들어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파상공세로 국내 PC업계의 안방시장으로인식돼왔던 내수시장마저 내 줄 처지에 놓이는등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한국의 PC시장을 공략하기 위한외국업체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대만산 제품 등에 의한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의 잠식도 가속화되고 있어 국산 컴퓨터 주변기기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있다.

이처럼 밀려오는 외국 PC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국내 PC업체들은 최근들어핵심부품의 공동구매 및 주문생산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첨단정보수집과 연구개발을 전담할 현지법인의 설립과 외국 유명업체와의 기술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또 국내 PC업계는 올들어 한동안 중단되다시피했던 PC수출을 재개하면서과거 OEM이나 마더보드 수출에서 탈피, 비록 적은 양이지만 자체브랜드에 의한 완제품 수출과 고부가가치의 노트북 PC의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안팎의 도전에 직면,활로모색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비단 제조업체뿐만이 아니다.

올해부터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전자유통산업의 환경변화가 급속하게진행됨에 따라 외국의 가격파괴형 전자유통업체가 대거 등장하고 있고 인터넷과 PC통신의 보급 확산에 힘입어 전자제품에 대한 통신판매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가전대리점 중심의 전자제품 유통질서가 무너지고 있다.전자 유통산업도 새로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규세력과 기존 유통업계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시장 전반에도 구조조정의 물결이 예외없이 밀려들고 있어 앞으로 전자유통업계도 한바탕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격전을 치를 전망이다.

가전, 반도체, 부품, PC, 전자유통 등 대부분의 전자산업 분야가 안팎의시련에 직면, 제2의 도약을 위한 변혁의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산업 분야는 급속하게 팽창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으로 불꽂이 튀고 있다.

오는 2000년대에 수조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시장에 진출하기위해 PCS(개인휴대통신),TRS(주파수공용통신),국제전화사업 등 각종통신사업권 획득을 둘러싸고 일대 격전을 치른 관련업계는 사업자 선정이 끝난 이후 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는 업체대로,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업체는 또그 나름대로 앞으로의 통신시장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벌이고 있다.

특히 오는 98년부터는 국내 통신시장 가운데 국제통신과 위성통신 서비스가 전면 개방되고 유, 무선의 기본통신 서비스에는 외국인의 지분참여가 33%까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진외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대비한국내 통신사업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통신사업과 함께 차세대 핵심사업의 한 분야인 동시에 정보인프라 구축의주역으로 각광받으면서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사업 분야는 SI(시스템 통합)사업 분야.

최근들어 국내 SI업체들은 그룹 전산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면서 축적한각종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룹 외부의 SI시장에 적극 진출, 신공항 및 지하철 등 SOC관련 시설은 물론 정보보안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SI업체들은 충분한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주요 핵심기술을 선진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유수의 SI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2000년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채산성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과 핵심기술의 조기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등일대 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차세대 유망산업의 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영상산업의 경우에는 최근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관련업계의 관심과 투자가 크게 늘면서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외국업체에 의해 국내시장을 무차별적으로 침탈당하면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국내 영상산업은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향후주력사업으로 영상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함에 따라게임,에니메이션,영상 프로그램 제작사업을 중심으로 점차 활기를 띠고 있어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은 가전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질좋은 노동력, 낮은 임금,끊임없는 프론티어 정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그러나 산업환경은 바뀌고 있다.가전에서 정보, 통신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시장환경은 다국적에 의한 치열한 경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쉽게말해 안주하던 시절은 가버린 것이다.

국내 전자산업계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요구되고 있다.선진 각국은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한편에서는 제1일의 경쟁상대로 꼽고 있다.강력한 개혁을 거듭하지 않는 한 제2의 도약은 기약할 수 없다. 기로에서 선 선택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의 카드이기도 한 셈이다.

<모인,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