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鍾明 LG산전 중앙연구소장
각종 설비나 장치류를 생산하고 이를 설치하거나 유지, 보수하는 산업용전기전자사업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 10여년에 걸쳐 디지털기술과 통신기술 및 컴퓨터산업이 비약적으로발전해 산업용 전기전자 분야도 고도의 컴퓨터 관련기술을 응용하는 등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제품의 구현 및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졌다.
산업용 전기전자제품에서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흔히 단순기능 구현을 위한프로그래밍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같은 잘못된 고정관념이 자칫 산업현장에서 설비의 고장이나 오동작을 일으키는 등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주로 생산현장이나 각종 설비운용체계의 단말로서 사용되는 산업용 전기전자제품은 안정적인 제어를 할 수 있고 이상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감지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빠른 응답성과 높은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또 사용자가 일목요연하게 현상을 파악해 신속,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하고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각종 의사결정 툴도 지원해야 한다. 물론 유지,보수가 용이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제반 요구조건들은 성숙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소프트웨어 기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산업용 전기전자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프로그래밍이 아닌 것이다. 특히 멀티미디어 기술, 인공지능 구현기술, 통신네트워킹 기술 등을도입해 적어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산업용, 민수용, 정보통신용 등의 구분조차도 모호한 상태가 돼 버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산업용 전기전자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를 독립적인 엔지니어링 대상으로 삼아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소프트웨어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을정부, 산업체, 학계가 공동보조를 맞춰 추진중이며 지금도 그 고삐를 늦추지않고 있다. 그 결과 산업계 전반에 걸쳐서 소프트웨어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이미 우리의 경쟁 상대국들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와 같은 활동을 국책과제로서 진행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STEP 2000」 프로젝트와 같은 산업용 전기전자 분야의소프트웨어 기술향상을 위한 국책과제가 지난 94년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기업들과 대학의 수가 극히 적은 실정이다.
현재 우리의 각 산업용 전기전자업체에서는 경영혁신과 함께 품질 개선과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들이 활발하나 그 내용은 주로 생산기술과 제품조립등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다. 이런 활동들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균형있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은 이제 기업 생존전략의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결과를 얻으려하기보다는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업계 상호간에 협력하는 개방적인 자세를지녀야 한다. 또 정부와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계가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