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프린터 시장판도 재편

잉크젯프린터 시장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조짐이다.

LG전자와 미국 제록스의 합작사인 GS제록스(대표 송광섭)가 이달말부터 본격 가동함에 따라 그동안 한국휴렛팩커드(HP)와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프린터 3사가 주도하고 있는 잉크젯프린터 시장판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높기 때문이다.

GS제록스는 연말까지 월 1만대씩 흑백 잉크젯프린터를 생산하고 연말께 2핀 방식의 컬러잉크젯을 출시한 후 내년 2.4분기부터는 생산량을 월간 6만5천대로 늘릴 계획이다. GS제록스는 이중 절반 가량은 미국의 제록스에 OEM형태로 수출될 것이며 나머지는 국내 LG전자 브랜드로 내수 및 해외시장에 시판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프린터업계가 GS제록스의 제품생산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GS제록스가 LG전자의 생산라인을 임대해 제품을 전량 생산하고 있는데다 전량 LG와 제록스에 OEM으로 판매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LG전자의 프린터 생산본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GS제록스의 본격 가동은 「LG전자의 잉크젯프린터 사업개시」라는게 프린터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멀티미디어 주변장치 분야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LG전자는 최근 황금어장으로 급부상한 잉크젯프린터 분야에서 독자제품을내놓지 못하고 큐닉스와 한섬 등 중견업체들의 제품을 OEM으로 공급받아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해왔던게 사실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들어 삼성전자가 잉크젯프린터를 자체 생산한 결과 불과 6개월만에 국내 간판급 프린터 공급업체인 삼보컴퓨터를 단숨에 제치고 2위로 급부상한 점도 LG전자가 잉크젯 사업진출을 서두른 요인으로 분석되고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LG전자가 공급하는 잉크젯 물량을 대부분 GS제록스에서 소화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GS제록스가 LG의 생산거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당분간 시장 다지기에 주력하고 경쟁제품보다 원가구조가 낮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전략을 병행해 LG와 제록스가 시장점유율을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LG가 삼성에 비해 열세인 잉크젯 분야의 시장판도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시설투자와 PC판매와 병행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동원될 것이라고 판단, 한국HP, 삼성, 삼보 등 3개사가 분할하고 있는 잉크젯프린터 시장판도를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