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 첨단 기능 탑재 경연장

외국인 회사의 마케팅 책임자로 근무하는 박모 부장은 최근 싱가포르 출장길에 국산 노트북PC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항공기 내에서 노트북PC를이용해 현지에 제출할 보고서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각종 도표와 그림도 컬러로 처리했다. 또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입수했다.

박 부장의 회사는 인트라넷을 통해 전세계에 통신망을 갖추고 있어 서울지사 직원들에게는 E메일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내렸다.

그는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기내에서 방영하는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이번엔 자신의 노트북에 부착된 CD롬 드라이브를 돌려 풀 컬러 동화상 게임을 즐겼다.

이처럼 노트북PC의 첨단기능 향상은 눈부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드웨어부문의 기술적 진보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비웃기나 하듯 신기술이 잇따라 채용되고 있다. 단순히휴대 편리성을 강조, 경박단소화라는 목표만을 추구하던 노트북이 이제는 PC가 구현하는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에 올랐다.

국내 주요업체들은 이미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는 펜티엄급 노트북을 선보였다.

과거에는 최신 프로세서의 탑재에만 매달려 부가 주변장치에 대한 백업이부족했으나 이제는 PC사용환경을 완벽히 수행하는 휴대형 컴퓨터가 데스크톱과 별다른 시차 없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 노트북 시장을 휩쓸고 있는 바람은 「멀티미디어화」와 「인체공학적디자인화」「대화면화」로 압축할 수 있다.

노트북PC의 기술 지향점은 경박단소화. 휴대 편리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주변장치를 늘리면 늘릴수록 이를 해결해야 할문제점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데스크 톱에서 일반화돼 있는 CD롬 드라이브를 장착할 경우 당장그만큼의 무게가 더해진다. 휴대형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량을 3 이내로 설계해야 하지만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른 무게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CD롬 드라이브를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구동해야 할 드라이브가 많다는 것은 파워의 상승을 요구하게 되고, 이것은 노트북PC 전체의 성능에 영향을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국산 노트북은 이같은 난제를 대부분 해결한 수준으로평가 받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것은 멀티미디어의 핵심인 CD롬 드라이브장착이 일반화했다. 모 전자제품의 경우 2배속에 머물던 것을 아예 6배속으로 늘렸다. 노트북으로 영화감상이 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CPU는 펜티엄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총 중량은 3 이내를 실현하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오히려 가벼워진 것이다. 지난해말부터 일부 기종에 CD롬 드라이브 장착을 시도했지만 본격적인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이다.

「대화면화」는 「작게만 작게만」을 추구하는 노트북의 기존 개념을 뒤집는 것이다. 사이즈가 커진다는 것은 일종의 반동 성격이다. 대표적인 것이디스플레이의 화면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0.4인치가 주종이었으나 최근에는 12.1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존에는 크기를 위해 기능을 희생했으나 이제는 반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컴퓨터 사용환경의 변화가 배경으로 작용한다. PC의 환경이윈도를 기반으로 그래픽 사용을 일반화하고 있어 노트북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또 노트북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디스플레이의 크기에 있었기 때문에전체적인 성능 저하가 없는 범위내에서 화면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기종도 이미 STN급은 한물 갔고 풀컬러 동화상을 완벽히 구현하는TFT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부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마우스이다. 멀티미디어를 대화면에서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마우스의 효율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의 마우스로는 트랙볼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것은 먼지가 끼기 쉬워 인식률이 떨어지는 단점을 노출했고,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또 도표 등을 그리는 데도 「굴러다니는」 볼의 성격이 불편함으로 작용했다.

얼마전에는 이보다 조금 진전된 형태의 포인트 마우스가 등장했다. 키보드위에 점처럼 생긴 트랙 포인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용자편의성을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노트북 사용자들은 아예 데스크톱의 마우스를 연결해 활용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최근에 출시되는 노트북에는 「터치 패드 마우스」가 장착됐다. 업계가 인체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개발했다는 이 마우스는 손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 마우스의 기능을 수행한다. 사람의 인체에 직접 닿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민감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그래픽 활용이나 도표 작성에 탁월한 성능을갖추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제품은 기능 경쟁에 대비, 무선 데이터 교환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노트북 사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데이터 백업이라고 판단, 데스크 톱PC와 무선으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능은 마우스터치 한 번만으로 노트북의 자료가 데스크 톱으로 옮겨 간다.

이같은 첨단기능 행진은 그간 군웅이 할거해오던 휴대형 PC시장을 노트북이 완전 평정, 업계의 기술적 포인트가 여기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 랩톱 도킹스테이션 등 다앙한 휴대형제품 시장이 이제는 노트북으로 거의 단일화되고 있다.

업계가 이런 현실을 놓칠 리 없다. 그간 데스크톱의 종속시장에 머물러오던 노트북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완전한 독립시장을 형성한다는 전망이 이같은 첨단 경쟁의 발화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약 14만대로 추정되는 국내 노트북 시장은 올해 20만대로 성장하고내년에는 28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성능 경쟁과 함께 대대적인 가격인하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창출에는 가격이 역시 최대 무기이기 때문이다.

또 멀티미디어 노트북의 원가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국내 업계의 생산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는 이미 12.1인치 TFT LCD의 양산에 돌입했다. 자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완벽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펜티엄 노트북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데스크 톱과 노트북 사이에서 무엇을 구입해야 할지 당분간은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