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SW개발의 마음가짐

추석의 유래는 삼국사기에 신라 유리왕 9년조에는 신라 여인들의 길쌈 내기에서 비롯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서기 32년의 일이니 거금 1964년전의일이라고는 하나 지금의 추석에는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세월이 지났다 해도 원형질은 어디에선가 포착되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추석은 북방지역의 추수절과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추석은 북방지역의 추수절전통을 이동시켜온 것은아닐까?

한국인은 기마 유목민의 원형질이 남아서 인지 무리짓는 현상이 도처에서발견된다. 이를 잘못 보고 레밍(들쥐의 일종으로 자살까지 함께 하는 습성이있을 만큼 무리지향적 동물이다.)현상이라고 지적한 전 유엔군사령관의 지적은 단지 정착에 바탕을 둔 개인주의 시각에서 본 편견에 다름 아니다.

최근 통계청이 인구 추적 조사에서는 우리네 이사 풍속이 다른날, 예컨데일본이나 대마에 비해 3배 이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사를 재산증식 수단으로 활용하는 특수현실이라고 주석을 달고 있다. 그럴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부동산 수입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한 것이다. 추석의 대이동, 레밍현상이라고까지 매도되는 무리짓는 습성 그리고 이사가 잦은 우리의 관습은 이동선의 원형질과 어떤 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동에는 이동수단이 제공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초원에서 산악국가로이주해온 한국인이 활쏘고 말 달리는 원형이 유지되었지만 산악지역에 갖혀살게 되면서 그 원형질은 점점 잊혀져 갔다. 특히 조선왕조 500년동안 유교적 정착논리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채택한 이후 이동성은 거의 사악시 되었다. 그결과 사농공상의 위계질서가 확립되고 보부상, 사공, 백정, 장안, 심마니등 이른바 이동성향의 전문 직업인들을 천시하여 근대 산업사회의 준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우리 역사를 보면 북방초원이나 중국대륙에 비해 매우 안정된 기간의 연속이었다. 한 왕조가 서면 보통 500년이나 천년을 버팅긴 것이 그 단적이 예이다. 그것은 산악지형을 이동성향에 맞게 방위전략을 구사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고구려의 성곽이나 한양의 도성들에서 보면 자연의 지형 지물을 이용해서 왕과 백성이 함께 공존하는 평등주의를 실현하는 방어구조였지 공격구조가 아니었다.

한국의 방어구와 기본전략은 초원의 무리법칙을 산악지역으로 이동시킨 지혜였다고 본다. 여기에 말과 활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구사한 도구들이 방어구조와 어울린 것이다. 그러므로 도로와 운하를 파는 토목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지만 성곽 축조기술은 고도로 발달하였던 것이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에서 보면 침략들은 도로가 없어 보급이 막히게 되자 도저히 견디어낼 재간이 없었다. 화해를 빙자하여 황망히 철수한 것도 이와 같은 구도에서 파생한소산이라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적 유전인자에는 이동의 원형질이 잠자고 있다고 어떠한 계기를 만나면 분출하는 것은 아닐까? 이른바 신바람의 존재가 그것이다 예컨데 교통질서를 지키자고 아무리 호소하고 캠페인을 벌리지만 마이동풍격이다. 그런데 88올림픽에서는 거뜬히 문제를 해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줄서는 양식을 보면 병열식이지만 미국사람들의 대기행렬은 직렬일만큼 철저하다. 한국에서는 줄을 잘서야 출세한다는 말도 이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의 창구에서는 번호표가 줄을세워 놓기 때문에 세치기를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한국인의 이동성의 원형질에 걸맞는 전자정보시스템이나 이동성을 보장하는 전파통신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성을 근간으로 했던 한국인에게 또다시 이동에 필요한 도구가 갖추어지고 있다. 말과 활 대신에 자동차와 카폰이 주어진 것이다. 조선조까지도성행했던 말위에서 재주넘은 마상희(馬上戱)나 뒤로 활 쏘아 사냥하는 고구려 고분변화처럼 자동차와 카폰으로 새로운 이동성의 원형질으루 살려나가야한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다 하여 카폰 사용을 억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한다는 발상은 8군사령관의 망발이나 진배없다. 북의 정체는 공산주의를 채택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민족의 이동의 원형질을 억합한 결과라고, 반대의 경우를 남에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줄을 설 필요도세울 필요도 없다. 이동의 원형질을 살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계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