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세계적인 인쇄회로기판(PCB)관련 전시회중 하나인 JPCA쇼를찾은 국내 PCB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을 발견했다. 국내 한 중소업체가 개발한 자동커팅 라미네팅기가 각국에서 내놓은 첨단 PCB 제조장비와함께 나란히 출품돼 호평을 받은 것이다.
국내 PCB산업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중 하나가 바로 인프라, 특히 장비산업이 취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업체가 세계적인 권위의 JPCA쇼에 얼굴을 내민 것 자체만으로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국산 PCB장비의 자존심을 살린 화제의 주인공은 구로 1공단 소재 PCB 제조장비 전문업체인 영화OTS(대표 안민혁). 지난 75년 설립돼 줄곧 언론사 및출판사 인쇄제판라인의 노광 관련장비와 부품을 제작해왔던 이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20년 넘게 취약한 국내 광학장비 분야를 지킨다는 목표로 외길을걸어온 업체다.
87년 LG마이크론(당시 금성일렉트로닉스)의 TV브라운관 핵심부품인 섀도마스크 제조용 양면노광기를 국산화, 「탈 제판시장」에 성공한 이 회사는 90년 PCB이미지 형성의 필수장비인 사진현상형레지스트(PSR) 겸용 양면 동시노광기를 개발, 일본 ORC가 독식하던 PCB장비시장에 뛰어들었다.
국산장비에 대한 불신감에도 불구, 이 회사는 양면노광기 보급에 박차를가해 한일써키트를 비롯한 PCB업체에 총 1백25대를 공급, 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올 초 창업주인 부친 안동호씨의 대를 이은 안민혁 사장(37)은 『노광기 만큼은 국산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돼 최근 대덕, LG,코리아써키트 등 대형업체들도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광기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최근 PCB업계의 불황으로 수요가 줄면서 이 회사는 요즘 다양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노광기는 확실한기반을 구축했지만 이것 하나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회사 이름을 영화카메라에서 영화OTS(Optic Technical System)로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OTS가 앞으로 전력투구할 분야는 지난 5월 네프콘쇼와 JPCA쇼에서 주목을 받은 자동커팅 라미네이팅기 사업. 이를 위해 최근 별도의 사업부를 신설, 주 타깃인 PCB를 비롯해 리드프레임, HIC, LCD, 반도체, PDP 등 응용 가능한 모든 시장을 겨냥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가격은 외산에 비해 훨씬 싸면서도 품질이 손색이 없다는 업계의 긍정적인평가로 국내 PCB업계와 PDP의 파일럿 생산라인용 등 제작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JPCA쇼 출품을 계기로 수출상담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최근엔 일본, 대만, 중국, 홍콩, 인도 등 5개국에 공급처까지 확보했다.
안 사장은 『일본의 세계적인 라미네이팅기업체인 하쿠도가 최근 자사의특허를 침해했다는 등 견제를 하고 있으나 품질과 신뢰성에선 자신이 있어내수는 물론 수출도 기대가 크다』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네프콘전시회 출품을 목표로 첨단 초미세회로 형성용 「평형광 노광기」개발에도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기존 노광기 부문과 일부 라미네이팅기 공급착수로 약 3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국내 굴지의 광학기술을 응용한 자동화장비 전문메이커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는 목표아래 안정적인 사업기반구축을 위해 충남 당진에 3천평의 공장부지를 마련, 이르면 내년 중에 이전할 방침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