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 최우선.
적극적 활동은 최대의 성과 기대.
부대 배치는 화점포위를 원칙으로 하며 포위가 곤란한 경우는 호스를 연장하여 포위.
심재학 대장은 소방전술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떤 일보다도 인명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사항이었다.
지하철 화재, 인위적으로 조성된 지하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 건물과는 달리 연기와 열기가 배출되지 않아 인명 피해의 우려가 많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공간이라면 대형 인명피해의 우려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구조대 차량이 종로로 들어섰을 때 혼란한 상황이 눈앞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광화문 쪽에서 오는 모든 차량의 흐름이 정지되어 있었고, 반대편 차선은 조그만 공간도 없이 정지된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나치는 도로의모든 교통 신호등 불이 꺼져 있었다.
케이블 화재! 심재학 대장은 직감적으로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하 통신 케이블을 통하여 연결되어 있는 소방통신이 두절되고 신호등이 모두 꺼졌다는 것은 지하 케이블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땅속에서 화재가 빠른 속도로 번질 수 있는 것도케이블을 매개체로 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1975년 2월 27일 뉴욕전화국 지하터널 화재.
17만 회선의 전화선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전화국의 맨홀에서 화재가 발생.
케이블을 연소 매개체로 하여 불길이 전화국내까지 번져서 청사가 전소됨.
복구까지는 6개월이 소요되어 공전의 통신 공황을 나타냄.
1983년 8월 10일 일본 지하철 변전실 화재.
지하 1, 2층으로 연결된 변전실의 변압기 주변에서 전기 화재가 발생하여전선 케이블 피복에 옮겨 붙어 대량의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 발생. 이로 인해 지하철 궤도로 승객이 피난하는 소동으로까지 발전. 베테랑 구조대원 2명순직.
심재학 대장은 그 동안 기억하고 있던 세계적인 지하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 사례를 기억해 냈다. 대부분이 케이블을 통하여 급속히 번진 화재 였다.
지하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지상과는 달리 구조물의 파악이 어렵고 불길이 보이지 않아 진화가 그만큼 어렵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특성으로 화재 발생 때 대피가 여의치 않고, 케이블 화재의 경우에는 케이블이 타면서 발생되는 염산 성분의 유독가스로 인하여 인명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