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디오업체들이 일본 오디오제품의 수입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일본 오디오업체의 한국시장에 대한 공략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신호탄으로 분석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오디오제품을 수입 판매해온 업체들은 중소규모의 수입상이나중소 제조업체였다. 품목도 아이와로 대표되는 카세트류를 비롯한 일반 오디오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해태전자와 아남전자를 비롯한 AV전문업체들이 컴포넌트류를중심으로 한 일본 오디오 제품의 수입에 나서고 있다.
해태전자는 이달부터 일본 켄우드로부터 오디오를 수입 판매한다. 이 회사가 수입할 제품은 초기에 미니 컴포넌트 3개 모델이지만 점차 카세트류와 고급 컴포넌트로 수입품목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남전자는 파나소닉의 브랜드로 카세트류와 미니 컴포넌트를 수입 판매할계획이다. 이 회사가 수입할 제품은 일본산 헤드폰 카세트 4개 모델을 비롯해 동남아산 CD 카세트 2개 모델과 미니 컴포넌트 3개 모델 등 모두 9개 모델이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이들 제품을 수입해 자사 대리점에공급할 예정이다.
한국샤프 역시 미니 컴포넌트를 비롯한 오디오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대신합작선인 일본 샤프로부터 수입 판매하는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이처럼 일본 오디오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이유는 날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원가 면에서 국산 제품의 절반 수준인 동남아산 중저가 오디오가 대거 국내시장에 들어오면서 내수 경쟁력이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한 오디오업체의 관계자는 『국내시장은 미니 컴포넌트를 비롯한 중저가 오디오 제품이 주도하는 있는데 동남아지역에서 생산한 외산 제품은 물론 국내 가전업체가 내놓은 제품과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판매가 부진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된 대리점들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일본 오디오 취급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이유로 제한적이나마 수입 판매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오디오 전문업체의 해명이다.
여기에 한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일본 오디오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전통적으로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정책을 써오고 있다. 광고선전비와 물류비를 모두 유통업체 부담으로 맡기고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시장은 땅값이 비싸 혼자 힘으로 대규모 유통망을 구축하기 힘들다. 일본 오디오업체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직접진출 대신 유통망이 견실한전문업체를 통한 간접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3백여개에 달하는 오디오전문업체들의 유통망은 일본 오디오업체로는 군침을 삼킬만 하다.
국내 중소 수입상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소니와 산요도 최근 국내오디오 전문업체들과 제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소니와 산요사가 최근 잇따라 우리 회사에 컴포넌트류의 수입 판매를 제의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본 오디오 제품을 수입할 전문업체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점칠수 있는 대목이다.
오디오업계에는 국내 전문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데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해당업체들은 일부 채산성이 없는 중저가 오디오 제품만 수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본 제품의 매출비중이 높아지면 더욱 수입을 확대할 수밖에없을 것으로 오디오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생산기반은 더욱 위축되게 되고 종업원의 대량실직이 불가피한 오디오산업 공동화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디오업계는 전문업체들이 일본 오디오 제품을 수입하기보다는 저가 제품에 대해 원가를 더욱 절감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바꿔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또 좁은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없는 한 일본 오디오 제품의 국내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라는게 오디오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