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제일나노텍 부도 배경과 전망

현대전자 반도체 대리점인 제일나노텍이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이 부도는 용산전자상가내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지난해 소프트라인의 부도로 용산상가내 중소 컴퓨터업체들이 곤욕을 치른 것을 고려해 볼때 규모는 작지만 불황의 한가운데서 벌어진 부도사태인만큼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부도의 미결제금액은 총 50억7천만원. S반도체 등 대형 반도체대리점3곳의 피해액만 15억원이 넘었고 관련 중소컴퓨터업체만도 10여개 업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부도여파는 반도체사업은 물론 컴퓨터사업에도 그 영향이 적지않다. 제일나노텍은 현대전자 반도체 대리점과 함께 삼성전자 컴퓨터주변기기 사업과 6년전부터 컴퓨터제조업을 겸해왔다. 한때 병역특례지정업체로 70여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을 만큼 번창했으나 경기의 침체, 부실채권의 남발과 계속되는 경영적자 누적으로 부도의 철퇴를 맞게된 것이다.

반도체와 컴퓨터제조사업은 상호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이번 부도의 경우현대전자측이 대리점 담보를 묶어둔 상태여서 예상외로 큰 피해를 피했으나관련 업종의 업체들은 적지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현대전자측도 제일나노텍에 전체 대리점 물량의 10%안팎정도로만 공급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5개의 현대전자 메모리 대리점중 가장 작은 규모인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번 제일나노텍의 부도는 컴퓨터사업의 부진으로인한 자금압박이 대규모의 메모리 덤핑을 낳게하고 「꺽기」등 각종 비정상거래로 인한 파장의 끝을 보여준 것으로 결론났다.

이에 대해 반도체유통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일선대리점의 우려도 적지않다. 비록 이번 부도사태가 반도체사업과 크게 상관없는 부도라 할지라도 전체적인 반도체, 컴퓨터경기의 불황이 근본 원인인 만큼 형태는 다르더라도극도의 긴장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메이커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대리점에서 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을 웃돌아 「팔면 손해」라는 기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제일나노텍의 부도는 다시한번 불안감을 낳게 하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 컴퓨터업체의 경우 이번 부도사태로 인한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자칫 연쇄부도의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중견 컴퓨터, 부품유통업체로 제일나노텍은그간 여러업체와 거래를 해왔고 중소업체로서는 적지않은 금액이 이번 부도사태로 날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세운상가내 S컴퓨터가 부도를맞았으며 용산전자상가내 몇몇 업체도 부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내부적인 경영상 문제인만큼 정리될 업체가 정리됐다」는 시각도 팽배해 있지만 이번 제일나노텍의 부도는 비단 한 업체의 도산이 아니라 영세한 중소 컴퓨터업체들의 「도미노 부도」가 가장 우려되는 일이다.

특히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컴퓨터, 부품시장에 파급될 여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