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술담보 대출제도

林武炫 대주정밀화학 사장

최근 정부의 기술담보 및 기술보험제도 도입방안이 확정된 이후 몇몇 금융기관에서 기술담보 대출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기술혁신형 중견 중소기업의기대가 한결 높아지고 있다.

산업고도화와 더불어 기술개발의 유형도 이전의 단순기술로부터 고도기술,첨단기술의 개발요구가 늘어남에 따른 첨단장비의 동원, 개발기간의 장기화,현장 적용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개발비용의 증가와 함께 투자한 자금의 회임기간도 길어짐으로써 해당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허덕여 온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특히 매출액이 1백억원대에 도달하면 기존의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이용한도가 고갈돼 주식상장을 통해 공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수 있을 때까지 자금조달 수단이 막막한 실정이었다. 더욱이 기업의 공개요건을 강화해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시책은 늦기는 했으나 획기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조기에 확실히 정착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에큰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몇가지 유의할 점을 적어 본다.

우선 이 제도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극히 제한된 대상의 일시적인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기를 바란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장기적인 제도로 발전했으면 한다.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전문화된 관련기술을결합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융자 대상기업을 대폭 늘리고 간편한 절차로 신속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른 위험부담은 기술보험공사가 떠맡게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위험부담이 없는 기술개발이란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출심사 과정에서의 판정기준도 대단히 중요하다. 대체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부 은행들은 기술평가와 경영평가로 나누어 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에서 말한 이 제도의 기본정신에 입각한다면 당연히 기술평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재무제표를 기초로 한 유동성 평가만으로는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서의 기업의 활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 관한 최근의 학문적 연구에 의하면 기술혁신형 기업이 전통형 기업보다 금융비용이 훨씬 높고(5.1% 대 2.6%), 수익성도 크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경상이익률 1.6% 대 4.4%).

이 제도가 정착되면 국내 금융서비스의 질도 크게 향상되리라 예상된다.

현재와 같이 부동산 담보 위주의 금융관행 하에서는 융자 대상기업의 경영상태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평가기술의 낙후성을 면할 수없고 그 폐해는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담보부족 사태로 대혼란을 겪는 일본 금융계의 예에서 이미 절실히 드러난 바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해도 또 문제는 남아 있다. 단기 높은 이자의 대출조건을 어떻게 장기 저리로 전환시키는가 하는 문제다. 이제는 중소기업이라할지라도 세계 제일의 기술을 가장 값싸게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확보할수 없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기업경영은 불가능하다. 기술개발자금 이자율 3% 이하, 대출기간 20년 이상이라는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해야 기업들이 치열한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