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만월

달은 예로부터 풍요의 원천으로 상징돼 왔다. 이란의 오래된 문헌에 의하면 식물이 생장하는 것은 달의 열에 의해서라고 한다. 또 브라질의 어떤 부족은 달을 「풀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폴리네시아나 중국에서도 풀이 달에의해 자란다고 믿는다. 달과 식물 사이의 유기적인 결합은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풍요신은 동시에 달의 신이기도 하다. 디오니소스는 달의 신이자 식물의 신이고 오시리스도 달, 물, 식물, 농경을 동시에 지배하고 있다.

식물의 다산뿐 아니라 동물, 인간의 다산도 달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에스키모 처녀들은 달을 쳐다보면 아이를 갖는다고 믿어 달을 쳐다보지 않는다. 호주도 마찬가지로 처녀들이 달을 쳐다보는 것을 금기로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달은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8월 한가위 갓 떠오르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고 한다. 그래서 남녀노소가 구분없이달맞이를 한다. 농경민족이었던 우리는 달을 보고 풍요로운 추수에 대해 감사하는 것 외에도 여러가지를 기원해 왔다. 올해 추석은 날씨가 맑아 거의전국에서 보름달을 구경할 수 있었다. 불경기 속에서 한가위를 맞은 기업체들은 보름달을 보고 사업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을 것 같다.

이제 나흘동안의 연휴는 지나갔다. 그동안 유리벌브업체를 비롯한 몇몇 업체들은 연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연휴를 즐겼다. 그렇지만 이젠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다행히 전자산업의 위축된 경기가 내년쯤이면 다시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고 한다. 경기상승은 오로지 우리의 땀을 먹고서야 자랄 수 있다. 만월에서스러지기 시작한 달이 마침내 사흘밤동안 보이지 않다가 나흘째 되는 날 다시 떠오르듯 그것은 변형을 통해 영원히 순환하는 불사의 힘을 갖는다. 달이소멸해 탄생, 만월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도 올해는 어려웠지만 내년 한가위에는 진정 풍요로운 가운데 보름달을 맞을 수 있도록 각자 일터에서 진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