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 공급업체 선정을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입찰에서 탈락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삼성 컨소시엄은 입찰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공문을 공단측에 발송하는 한편 이를 여론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공단측은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는 등 공방전이 치열하다.
입찰자격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PAM 컨소시엄(포스콘, 포철산기, AEG, 만네스만)은 재입찰에서 1천2백64억원에 공급권을 확보, 이달 중순경 정식계약을 앞두고 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파문의 진원은 PAM 컨소시엄의 입찰자격 문제. 그러나 이보다는 2년여간 끌어온 이번 입찰과정에서 공단측에 쌓인 업계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남은 프로젝트 이외에도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영동신공항과 무안신공항 등 「상당한 먹거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탈락업체들이 향후 이들 프로젝트에 참여시 당할 유, 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입찰의 투명성 확보 없이는 오는 2020년까지 3천억∼5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는 공항관련 프로젝트에서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입찰과 관련된 문제의 원인은 턱없는 예산책정, 우선협상 과정의 절차, 낙찰업체의 입찰자격시비 등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1차 입찰의 유찰과 재입찰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공단측의 턱없는 예산책정을 들 수 있다. 공단측은 지난해 4월 입찰공고를 발표하면서 BHS의 예정가격을 6백13억여원으로 책정하고 입찰을 실시했으나 결과적으로 1천2백64억원에 낙찰됨으로써 당초 예산보다 배이상 초과하는 부담을 안았다.
1차 입찰에서 낙찰자가 없었던 것도 평가대상업체 모두가 공단측의 기술사양에 맞출 경우 최소한 1천3백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버티는 바람에 유찰돼 당시 기본계획 용역업체가 작성한 기본계획서를 토대로 안이하게 책정한 공단측은 결과적으로 용역비용만 날린 셈이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당초 책정된 예산의 허구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인천국제공항의 BHS는 품질과 성능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홍콩의 첵렙콕공항, 일본 간사이공항 등과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미 확보된 예산으로는 사업자 선정이 거의 불가능해 3개 컨소시엄 업체중 가장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증액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공단측은 사업의 긴급성을 고려할 때 기술평가 1순위인 PAM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가격협상만을 재시도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가격협상이 결렬된 점을 고려, 재입찰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산보다 배이상 늘어난 이번 입찰의 경우 가격요인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했으나 이를 고민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 탈락 업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재입찰의 과정에서 기술평가 75%, 가격 25%로 배점을 배정했으나 당초 예산이 배로 늘어난 만큼 가격부문에 비중을 두고 입찰을 실시해야 했으나 기술평가에 큰 비중을 둠으로써 기술평가에서 이미 1위를 차지한 PAM 컨소시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찰이 진행되도록 했다는 것이 탈락 업체들의 주장이다.
탈락 업체들은 또 PAM 컨소시엄의 하나인 AEG사가 최초 입찰자격(PQ)심사에서 통과한 입찰자격에 변동이 있어 자격미달이고 단독입찰이 아닌 경쟁입찰에서 2‘3순위 업체가 있는 데도 왜 공단이 나서 독일 현지까지 실사반을 파견하고 자격여부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PAM 컨소시엄의 구제에 나섰는가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1차 PQ심사에서 통과하고도 컨소시엄 간의 협정서 미서명을 이유로 부적격으로 처리해 평가대상 업체에서 탈락시킨 대우중공업 컨소시엄의 경우와 비교하면 공정성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측은 이에 대해 언론사에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PAM 컨소시엄에 참여한 AEG-AAT3는 AEG의 자동화사업부의 하나였으나 AEG의 법인해산 직후 AEG(Anlagen Und Automatisierungstedhnik GmbH)로 신설된 신생법인으로 법인책임자가 다른 완전한 별도회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8월 재입찰 당시 1차 입찰의 유찰을 통보하고 「새로운 수정제안 요청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구에 3개 컨소시엄이 의견을 같이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달 중순 정식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는 시비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