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중국에서 생산한 저가 테스터기의 득세로 대다수 국내 중소 계측기기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는 별종기업도 있다.
계측기기를 생산하는 서현전자가 바로 그곳이다. 서현전자는 영업정책을 투명하게 수립하고 이를 근간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 동종업체가 죽(?)을 쑨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백% 이상 신장했다.
조기에 해외시장 정보를 습득하고 명한 영업활동을 펼침에 따라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 저가의 중국, 대만산 제품에 눈을 돌렸던 바이어의 발길을 되돌린 결과다.
지난 88년 멀티미터를 생산하면서 출범한 서현전자는 93년 광덕물산의 생산라인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계측기기 생산에 참여했으며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개발과 영업부서를 보강,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에는 광덕의 영업권까지 인수,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서현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이원제 회사운영. 품질개선과 신제품 개발, 그리고 인력관리 등 내부적인 업무는 남편(장형서 사장)이, 해외시장 개척 및 영업 등 외부적인 일은 아내(이영남 사장)가 분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중국, 대만산 테스터기가 가격경쟁력을 갖는 것은 부품단가가 낮기 때문입니다. 국내업체들이 이를 역이용, 자사제품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가격경쟁력은 물론 월등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공동대표인 동사의 이영남 사장은(40) 현시점을 중소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호기라고 의욕을 불태운다.
업무분담으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는 서현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인력과 해외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매달 1회 이상 외국에 나가는 이 사장이 대동하는 직원은 사내 여성 영업사원일 정도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외국인들은 동양여성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기 때문에 정보수집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해외시장공략을 위해서는 외국 기술 및 영업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 미국, 일본 현지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일본 도쿄부근에 기술연구소도 설립할 예정이다.
최근 서현전자는 대지 6백평, 건평 8백평의 자체 공장을 설립하고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측기기, 자동제어기기 생산을 바탕으로 93년에는 냉, 난방 에어컨기기용 컨트롤러 생산으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내년부터는 정수기 컨트롤러, 적산, 전력량계 IC카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내년 수출액을 1천만달러까지 상정하고 있다는 서현전자를 통해 국내 중소 계측기기 업체들의 난국 타개책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김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