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업체와 합작으로 설립된 합작사들이 합작선의 지나친 간섭에 따른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독자경영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체들은 그동안 외국의 앞선 기술을 도입해 사업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외국업체와의 합작을 선호해 왔으나 이렇게 설립된 국내외 합작법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합작선들의 과도한 간섭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제는 합작선이 회사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합작법인은 사업확장, 신규사업 진출 등 공격적인 경영을 계획하고 있는데 비해 외국의 합작선들이 투자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옵션을 통한 해외마케팅 제약 등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들 합작선과의 관계청산 등을 통한 독자경영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그룹이 일본 알프스社와 50 대 50의 비율로 합작 설립한 LG전자부품은 의욕적인 사업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본 알프스측이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특히 해외 특정지역에 대한 수출을 위해서는 사전허락을 얻어야 하고 알프스 부품의 우선구매 등의 각종 제약조건 때문에 지난해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부품은 이로인해 경영합리화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알프스와 결별을 통한 독자경영권 확보를 적극 추진키로 하고 올해 초부터 알프스측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수차례에 걸쳐 벌였으나 알프스측의 요구액이 너무 커 아직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코닝社와 50 대 50으로 합작설립한 삼성코닝은 수년동안 기업공개를 추진해 왔으나 기업이 공개될 경우 일정부분을 우리사주로 배분해야 하는 등 사실상 경영권을 삼성측에 넘겨주게 될 것을 우려한 코닝측의 반대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삼성코닝은 이에따라 오는 98년경 증시에 상장한다는 목표아래 코닝측과 적극적인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경인전자는 지난해 초 국내 볼륨시장의 위축에 따른 경영합리화를 위해 일본노블과 합작설립한 대한노블전자의 일본지분을 철수시키는 한편 회사를 경인정밀로 바꾸고 관리부문을 경인전자와 통합시킨 바 있으며 PCB원판업체인 두산전자도 19%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 얼라이드시그널社가 두산전자의 에폭시원판 판매권을 국내로 제한, 독자 수출을 하지못하고 있는데 따른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 톰슨 계열의 LCC社와 합작설립된 이수세라믹은 합작선의 소극적인 기술이전으로 한때 회생불가능한 수준까지 갔으나 독자적인 사업추진체계를 갖추면서 92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등 성과가 나타남에 따라 지난해 LCC와의 합작관계를 공식 청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하면서 해외합작 공장에서도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 천진 컬러TV공장의 독자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자사지분을 80%로 높이는 협상을 추진, 최근 합작선과 원칙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두는 인도네시아의 아스트라社와 45 대 55로 91년 합작설립한 북두인도네시아의 경영을 맡았던 아스트라측의 부실경영으로 갈등을 겪던 끝에 지난해 아스트라측의 지분일체를 인수하고 결별했다. 북두는 그러나 경영권 확보과정의 후유증으로 인도네시아공장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결국 이달중 인도네시아공장을 완전히 철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관계자는 『외국사들과의 합작이 당장 사업초기에는 좋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