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비메모리사업 본격참여를 위해 추진중인 3각 해외생산체제는 무엇보다 투자리스크를 줄이면서 생산기술의 조기확보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는 이미 95년 초부터 비메모리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해 왔다. 비록 4인치 웨이퍼가공라인(FAB)이지만 대우통신과 (주)대우를 거치면서 가동해 온 구로공장 운영경험으로 어느 정도의 기반기술이 확보돼 있는 데다 계열사의 반도체 수요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온 톰슨과의 합작설도 사실 이같은 배경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불을 당긴 것은 지난해 극심했던 반도체 품귀사태였다. 이때 대우는 핵심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TV, VCR 등 주력 가전제품의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해외생산 협력체제 구축은 가전, 통신, 자동차 등 계열사 반도체 소요량의 60∼70%는 자체 수급해야만 안정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협력선 선정문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대우로서는 지분참여를 통한 합작투자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자사 TV, VCR 등에 채용되는 핵심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 가운데 설계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 협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와의 협상 때 대우가 가장 앞세운 무기는 역시 계열사 물량보장이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우전자의 반도체 소요량은 연간 2억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2000년경에는 5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단일그룹사 소요량으로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해외 반도체업체들의 입장에서도 대우의 물량은 시장규모면에서 뿐만 아니라 가전생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한국시장의 교두보확보 차원에서도 눈독을 들일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가 SGS톰슨과는 유독 지분참여를 통한 합작관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우와 프랑스의 친분관계와 톰슨의 기술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GS톰슨은 매출규모로 볼 때 세계 반도체업계 10위권 밖이지만 기술력면에서는 5위권 안에 드는 업체로 평가되고 있다. 톰슨은 특히 현재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접목한 바이폴라-CMOS기술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수준으로 볼 때 회로선폭 0.5미크론의 양산기술과 0.35미크론의 시제품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지닌 업체다. 톰슨과의 합작은 생산 핵심기술 이전을 보다 가속화시킬 것으로 대우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의 이번 3각 해외생산체제 구축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지분참여가 아닌 인하우스 물량보장으로 이루어진 결속관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반도체 해외생산의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는 톰슨과의 관계도 현재 추진중인 톰슨멀티미디어 인수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우의 비메모리사업 참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이번 3각 생산체제 구축을 배순훈 회장이 진두지휘했다는 사실과 잇따른 미주연구소 설립, 그리고 대대적인 반도체 인력 충원 등 그간 대우가 보여온 행보가 이를 뒷받침해준다는 해석이다.
여하튼 대우전자의 이번 반도체 해외생산 본격추진은 아남산업에 의해 닻을 올린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 보다 많은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