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제품 수출-양극화 심각..선진국 격감.도상국 급증

가전제품의 對선진국 수출은 이제 내리막길인가. 올들어 가전제품 수출이 북방지역과 동남아, 중남미 등 성장지역으로는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對선진국 빈곤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심한 양극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지역의 경우 가전제품 수출은 지난해 전년보다 8.9% 줄어든 데 이어 올들어 지난 8월까지는 8억3천5백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무려 23.4%가 격감했다. 과거 주력 수출품목이었던 컬러TV와 VCR는 각각 43.5%와 49.2%가 줄어든 1천4백만달러, 1억7천2백만달러에 불과했다.

8월 한달동안 컬러TV의 對美 수출은 1백만달러로까지 떨어졌다. 물론 가전3사가 국내 생산제품 대신 대부분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컬러TV로 미국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컬러TV의 對美 수출 1백만달러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중대형 고급제품이 미국시장에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8월중 컬러TV 수출액 1억9천2백만달러와 비교하면 너무도 빈약한 수치다.

일본과 EU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지역은 8월까지 5억2백만달러를 수출, 전년 동기보다 14.1% 줄어들었다. 지난해 가전제품 對日 수출이 9억달러를 돌파하면서 25.7% 증가한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지난해에는 엔高 덕을 톡톡히 봤으나 올해에는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빛을 발휘할 것처럼 보였던 백색가전의 대일 수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섰고 대일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수출도 힘을 잃었다. 냉장고의 경우 지난해에는 5천4백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하면서 50%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8월까지 25% 줄어들었다.

EU지역 수출도 8월까지 6억6천6백만달러로 2.7% 증가, 지난해 1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17.2% 증가한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러시아, 중국 등 북방지역에 대한 가전제품 수출은 지난 상반기중 6억7천1백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3억6천6백만달러에 비해 83.3%나 급증했다. 특히 對러시아 수출은 4억1천4백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5배 가까이 증가해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