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이크로소프트(MS)의 유승삼 사장이 1일 공식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93년 10월 27일 사장에 취임한 지 3년만이다. MS의 對韓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의 사임은 관련업계와 PC사용자들로 부터 적지않은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는 유사장의 퇴임에 다른 MS의 전략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사장의 퇴임 메시지는 30일 저녁 도쿄에서 급거 내한한 미본사 극동 담당 찰스 스티븐스 부사장에 의해 직접 본인에게 통보됐다. 그러나 유사장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퇴임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면 유사장은 미 본사와 계약 기간이 자동으로 3년 연장될 판이었다. 이같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그의 퇴임은 본인 의사 보다는 미본사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대해 MS측 관계자는 『미 본사가 유승삼사장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미 MS가 유승삼 사장을 재신임하지 않은데는 여러 추측이 무성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국시장에서의 「매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재임했던 3개 회계년도의 매출규모가 미 본사가 원하는 숫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말로 끝난 MS의 96회계년도 매출액은 3백50억원 규모. 이는 지난 95회계년도 3백12억원에 비해 불과 10여%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그러나 MS 관계자는 미 본사의 현지법인장 평가기준은 이처럼 단순 매출 측정 방식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MS의 현지법인장들에 대한 고과 산출은 현지국가의 시장 창출 가능성을 가장 우선적인 잣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에컨데 어떤 국가의 연간 PC보급대수가 1백만대일 경우 MS의 소프트웨어는 PC 1대당 몇 종, 또는 금액 규모로 전체 PC매출의 몇 %를 달성하느냐가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단순 외형 실적 보다는 이같은 관점에서의 부진이 훨씬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유사장의 퇴임에 따른 기업 전략 변화에 대해서도 업계는 MS가 앞으로 실적 위주의 판매전략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았다. 유사장은 그동안 즉각적이고 신속한 매출 신장보다는 「MS의 한국내 영향력 확대」차원의 경영전략을 구사해왔었다. 유사장은 특히 재임 3년동안 갖가지 사회 활동을 통해 매출액 3백억원대의 중소기업 (주)마이크로소프트를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매츨 신장률은 전임 이범천 사장(현 큐닉스 회장)시절을 믿도는 부진을 보였다. 이 대목은 어째든 결과치를 중시하는 다국적 기업 MS가 유사장을 재신임하지 않은 이유와 일맥상통했다고 볼 수 있다.
미 본사는 특히 전략사업으로 선택한 인터넷 분야가 선발인 넷스케이프 등과 치열하게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사고 방식의 경영자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추측해본다면 신임사장은 아직 내정되지 않았지만 보다 공격적이고 실속을 중시하는 전문 경영인을 선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 MS는 이미 9월 중순부터 홍콩의 헤드헌터들을 통해 신임사장감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MS의 신임사장이 누구에게 낙점되느냐에 따라 국내 진출 20여개 미국계 컴퓨터회사 현지법인장들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