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중소 부품업체들이 최근 중국내 제조업환경 악화를 견디지 못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중견 부품업체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2단계 대형 투자를 진행,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특히 최근 풍부한 인적 및 천연자원과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첨단기술을 활용,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범용부품은 물론 일부 기술집약적부품 분야에서도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어 최근 2단계 대형투자를 진행중인 국내 부품업체들의 행보가 한층 주목된다.
삼성전기, LG전자부품, 대우전자부품 등 가전 3사 계열 부품업체들의 동반진출을 제외하고 현재 중국 투자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태일정밀. 지난해 흑룡강성 하얼빈에 약 5만평 규모의 초대형 전자부품 종합생산기지를 설립, 중국투자에 나선 이 회사는 계열사인 뉴맥스를 통해 최근 3천2백여만달러를 투입해 산동성에 추가로 대형 부품공장을 신축중이다. 이 공장은 공장동, 사무동, 기숙사동 등을 두루 갖춘 1만여평의 초대형 공장으로 총 5개층 가운데 우선 오는 11월에 2개층이 완공될 예정이다. 기존 임차공장을 반환하고 새로 신공장을 설립한 태일정밀은 장차 이곳에서 전자식안정기, PCB 등 비교적 규모가 큰 품목을 생산하고 기존 하얼빈공장에서는 자기헤드, 수정진동자, 컨덴서, 저항 등 소형부품을 생산하는 2원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92년 중국 山東省 연대市 고신기술개발지구에 입성한 고니정밀은 1천여평의 기존 임차공장을 포기하고 최근 인근에 5천평의 대지를 확보, 건평 3천여평 규모의 대형 공장을 신축, 이전했다. 고니는 기존 중국공장 설비와 국내 설비를 단계적으로 이전, 이 곳을 주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EMI필터업체로 중국 평도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동안전자는 최근 3천평의 부지를 50년 임대형식으로 매입, 연말까지 2천여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 기존 공장의 5개 라인과 인천 남동공장의 5개 라인을 합쳐 총 10개 라인, 월 60만개 생산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동안은 이를 계기로 기존 남동공장을 매각하고 중국으로 설비를 이전, 장차 중국공장을 주력 생산기지로 육성키로 했다.
커넥터업체로 지난해 중반 중국 심양에 대지 7천평, 연건평 3천평 규모의 대형공장을 장기임대, SIMM소킷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중국투자에 착수한 (주)우영도 장기적으로 SMD타입 및 PCI슬롯 등을 중국에서 주력 생산키로 하고 올해안에 1공장 인근에 2공장을 추가 임대, 내년중에 새로 대형 공장을 신축하는 등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스위치업체인 제일물산이 평도 1공장에 이어 올초 제 2공장을 신축, 전자부품과 소방호스 등의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을 비롯, 중국에서의 철수를 추진하는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중견 부품업체들을 시작으로 중국투자 확대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들의 이같은 對중국 투자확대는 단순 임가공생산 차원의 중국투자가 실패확률이 높지만 중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집중 투자할 경우 명실상부한 해외생산기지로서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수년간의 현지 생산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 그리고 중국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투자확대로 이어지는 주요인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와관련, 중견 부품업체인 K社의 L사장은 『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중국의 임대료가 수직상승하고 있는데다 중국투자의 성격이 단순히 임가공에 그칠경우 물류비용, 납기지연, 관리비용 등 만만치 않은 추가비용이 수반되는 것도 부품업체들의 중국철수와 투자 가속화를 결정짓는 이유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