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우전자, 세탁기 개발전략 바꾼다

대우전자의 세탁기 개발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91년 공기방울 세탁기를 처음 발표한 후 93년 양복, 실크세탁기능을 가미한 공기방울 세탁기 「Z」, 95년 세탁, 건조 일체형 공기방울 세탁기 「보송보송」과 헹굼기능을 강화한 11㎏급 공기방울 세탁기 「슈퍼」 등 공기방울 세탁기 시리즈를 잇따라 출시하며 최근 시장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렸다.

한마디로 지난 6년간 대우전자의 세탁기 개발전략은 공기방울기능을 기본으로 1∼2년마다 새로운 부가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와 대우전자 세탁기에 대한 이미지 차별화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전자는 공기방울기능 이후 「탱크주의」가 강조하는 기본성능과 관련해선 이렇다 할 후속타를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공기방울 세탁기는 세탁력 향상과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사실이나 국내 소비자들이 여전히 불만으로 지적하고 있는 세탁균일도, 엉킴문제에 대해선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즉 그동안 대우전자 세탁기의 견인차역할을 해 온 「공기방울」의 약효가 다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대우전자는 97년형 신제품으로 「돌개물살」을 발표하면서 수류연구를 통한 기본성능 향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눈길을 끌었다. 대우전자는 지난 93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로스비이론」과 「카오스이론」을 내세우며 수류연구를 통한 세탁력 향상을 쟁점화한 데 대응, 회전날개구조를 일부 변경해 「Z」수류와 「오메가」수류로 대응한 적이 있으나 수류연구를 통한 기본성능 향상을 핵심 포인트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대우전자는 신제품 「돌개물살」에 공기방울 분출구를 6개 추가하고 세탁성능 개선을 강조하고 있으나 오히려 「비대칭 회전판」과 「불규칙 수류」가 세탁균일도 향상 및 엉킴 해소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어 사실상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특히 회전날개의 무게중심과 모터구동축이 일치하지 않은 회전판에 대한 연구에 94년부터 착수했다는 사실은 이미 내부적으로도 공기방울만으로는 세탁균일도와 엉킴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세탁조 중앙에 불규칙 수류를 형성시키는 로스비 캡의 연장선으로 세탁봉(빨래손)을 내세우고 LG전자가 세탁조와 회전판이 엇갈려 회전하는 「통돌이」를 출시한 상황에서 지난 6년간처럼 기본성능 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뚜렷한 무기가 없이 공기방울+α(부가기능)만으로는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한 것도 수류연구를 재촉한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우전자의 한 관계자는 『세탁기 개발과 관련해 공기방울기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대우전자의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기본성능과 관련해 향후 수류해석와 회전판을 중심으로 실용화 연구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국내 가전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6년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공기방울 세탁기는 기술과 마케팅전략 사이에서 장수의 고비를 맞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