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산업이 불황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고 또 이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반도체산업의 불황은 반도체 자체의 경기사이클에 의한 일시적인 불황국면일 수도 있고 PC산업을 비롯한 전자산업의 불황여파일 수도 있다. 또한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전체의 경제성장 둔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반도체산업의 어려움은 우리나라 전체 전자산업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이는 무역수지 악화 등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18.6% 줄어든 1백80억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당초 수출예상액 3백7억달러에 비해 1백27억달러의 차질이 발생하며 이것은 거의 그대로 무역수지 차질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전문 예측기관들이 『반도체경기가 금년 하반기부터 호황기로 반전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반도체시장 추세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전자산업을 시대별로 구분해 60년대를 라디오, 흑백TV시대, 70년대를 컬러TV시대, 80년대를 가전, PC시대라고 한다면 90년대는 반도체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자산업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기대는 커지는 반면, 산업으로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라디오와 흑백TV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했던 낮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범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범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가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감안해 보면 이는 우리 전자산업의 장래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미, 일 반도체협정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반도체산업은 21세기 핵심 기술산업임과 동시에 최고의 성장산업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반도체산업이 단지 여러 많은 가능성있는 산업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단순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우리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 담당해 갈 수 있도록 국민적 차원에서도 관심과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많지도 않은 우리 반도체업체들이 주변에 공장부지를 구하기 힘들다든가, 각종 규제로 부지가 있어도 공장 신, 증축이 어려워 생산라인을 제때에 설치하지 못하고 전략적 경영에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면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큰 손실이겠는가.
우리 반도체산업이 선진국과의 계속적인 기술개발경쟁에서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반도체 고집적화추세에 따라 적기에 대규모 양산체제를 갖추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또 반도체산업이 아무리 시장성이 좋다고 해도 우리의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반도체 한 품목에만 안주하고 있을 수는 없다.
반도체가 전자산업의 두뇌라고 한다면 평판 디스플레이산업은 얼굴에, 전지산업은 심장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들 산업이 제2, 제3의 반도체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산업화 기반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제부턴 제2, 제3의 반도체산업 육성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