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시스(호주)>
얼마전 경제지 「포천」은 2000년대의 가장 유망한 직업 1위와 3위 자리에 각각 컴퓨터보안 기술자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자를 올려놓은 바 있다.
GIS는 지형공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사는 공간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하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이 산업은 시스템통합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동시에 SW와 측량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미국, 캐나다가 주도권을 잡아왔으며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의 GIS 강자들이 가세해 세계시장을 나눠갖고 있는 분야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전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선두기업으로는 「아크인포」의 ESRI사와 「프레임」의 인터그래프사 등 미국회사들이 꼽힌다. 양사는 세계 GIS시장 점유율을 각각 25% 이상씩 확보하면서 각각 1, 2위를 다투고 있다.
양사 외에 7∼8개 업체들이 5∼7%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면서 군웅할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非미국기업으로 돋보이고 있는 기업이 바로 호주의 제나시스다. 시드니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나시스는 호주 최대의 소프트웨어 공급회사이자 수출업체다. 호주 정부는 제나시스를 호주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소프트웨어회사로서 추켜 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제나시스의 성가는 무엇보다 세계 GIS시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동등한 경쟁체체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GIS가 환경의 산물임을 고려할 때 광활한 대륙국가 호주에서 제나시스가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면서 세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호주는 일찍이 광활한 대륙을 개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GIS개념을 도입한 국가다.
창업 20년째인 제나시스사는 독자 기술력은 물론 나름대로의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GIS관련 솔루션을 내놓은 바 있다. 지금도 창업정신을 살려 매년 매출액의 10∼15%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제나시스는 원래 측량회사로 출발했으며 뉴사우스웰즈 주정부의 토지정보시스템(LIS)구축 관련 용역업을 바탕으로 GIS분야에 본격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제나시스는 용역사업을 함께 추진했던 호주 오토메트릭사의 자회사 델타시스템과 개발한 「제나」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오토메트릭사는 원격탐사, 사진측량, GIS분야의 애플리케이션 지원에서 탁월한 기여를 해온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제나」시리즈는 당시 GIS분야에서 20년 이상 앞서가던 오토메트릭사의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킨 것으로 제나시스는 이를 고스란히 자기 기술로 소화한 다음 이를 토대로 7종류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제나시스의 개발노력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내장한 GIS 코어시스템 「제나맵」을 비롯, 지형표고 모델링(DEM)소프트웨어 「제나셀」, 이미지처리와 저장 및 편집용 소프트웨어 「제나독」, 토목설계용 소프트웨어 「제나시빌」 등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결실을 맺게 된다.
제나시스는 그러나 단순히 제품개발 작업만을 진행해오면서 오늘날 세계 GIS시장에서 강자 위치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제나시스 성장의 기반이 된 것은 GIS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호주 내수시장이었다. 그러나 GIS분야에서만큼은 호주는 그 자체가 세계적인 규모를 갖는 절대시장에 속한다. 이는 한 나라의 SW산업발전에 그나라 사용자층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제나시스사는 지난 76년부터 지방정부의 재산정보시스템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이 작업을 확산시켜 나가면서 제나시스는 자사가 개발한 제품들이 정보처리에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제나시스 사업의 기폭제가 된 것은 80년대 중반 뉴사우스 웰즈 정부가 LIS를 구축하기 위한 도구로 제나맵을 선정하면서부터다.
여기서 제나시스는 제나맵을 통해 처음으로 지식 기반의 데이터처리 및 생성방법을 비롯 문자기반의 소스통합 방법, 지형 디스플레이 등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입증함으로써 성과를 과시했다.
호주시장을 석권해가는 과정을 통해 제품의 신뢰도를 쌓아나간 제나시스는 자연스럽게 주변국가인 뉴질랜드 시장 공략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을 합쳐 50여개가 넘는 주정부가 GIS도구로 제나시스 제품을 채택,사용중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10여년만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평정한 제나시스사는 『미국의 경쟁제품 아크인포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간다』는 마키팅 정신을 바탕으로 80년대 후반부터 세계 무대로의 본격 진출을 시도 한다.
호주의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경우 처럼 제나시스는 확실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우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동남아 지역은 특히 호주와 근거리에 위치한데다 시간대가 같아 각종 프로젝트 수행과정이 다른 국가보다 쉽다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천혜적 조건을 놓칠리 없는 제나시스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등에 지사를 개설하고 이를 발판으로 이들 국가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놓고 있다. 제나시스는 현재 동남아 지역 국가의 국방, 환경, 운영, 지방 정부, 전략, 운송, 석유가스, 통신 등 분야에서 대규모 사용자 사이트를 확보해 놓고 있다.
제나시스가 동남아 국가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처음으로 성가를 올린 것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이다. 오는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 보안시스템 구축 공식업체로 지정된 제나시스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자사의 제나맵을 이용한 보안시스템을 구축,전세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제나시스는 올림픽에서 GIS가 어떤 방식으로 응용될 수 있는가를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어 냈다.
제나시스가 바르셀로나에서 구축한 시스템은 올림픽행사와 개최 도시의 올림픽 관련 내용을 검색자에게 보여주면서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사결정 지원 조력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다.
제나시스에 대한 성가는 이밖에도 아이슬란드의 화산긴급 구난 시스템, 영국의 학교설비 관련시스템, 네덜란드의 수위조절 관련 방재시스템, 영국의 우편 집배용 시스템, 미국의 도시계획 관련시스템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들어 제나시스는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과 컴퓨터 네트워킹 분야에 GIS를 본격적으로 접목하려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는 제나시스가 계속되는 고객들의 개방형 GIS에 대한 요구와 컴퓨팅 환경의 다양한 네트워킹 요구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수 있다.
이와 관련 제나시스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과 GIS를 접목할수 있는 솔류션을 내놓고 본격 영업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 최대 성과로 꼽히는 「제나맵」은 유닉스와 윈도환경을 동시에 지원할수 있는 제품으로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지니어스」는 최초의 하드웨어 독립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는 제품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제나시스는 3차원 통합 벡터, 라스터 GIS와 분산형 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 분야에서도 경쟁제품에 앞선다는 평가를 얻어내고 있다.
제나시스의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인 트레버 윌슨 회장은 앞으로 기업경영 방향에 대해 『제나시스는 보다 넓은 컴퓨팅 환경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GIS기술을 적용시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