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산업 육성방안 마련 시급하다

국내 경기가 하향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경제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수출부진.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기둥이라 할 반도체가 수출가격의 급락 현상으로 허우적대고 있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라는 일부 낙관적인 전망도 있으나 현재로선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부진은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고에 한껏 취해 엔저의 시대를 감지하지 못했다. 환율이란 무기에만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고비용, 저효율이란 우리 산업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여지없이 드러나 버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고비용, 저효율 대처 처방에 앞다퉈 나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금리인하와 환율조정 문제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인원감축 등의 극약처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기업 경쟁력이란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산업구조적인 취약성 못지 않게 지적되는 경쟁력 약화 요인은 「큰게 좋더라」라는 대형프로젝트 위주의 개발사업이다.

최근 통상산업부가 산업 경쟁력강화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민관협력회의」에서의 발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거창한 사업추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대형컴퓨터를 개발하고 고화질 대용량의 디지털 VDR와 고선명(HD) TV 개발사업 추진 등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러한 개발사업은 향후의 수요에 대비하고 이를 통해 내수기반을 확보,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대단히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품의 핵심이 되는 부품개발의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통산부에 따르면 우리의 주력제품 대부분이 일본 부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자제품의 핵심인 PCB와 섀도 마스크의 경우 각각 45.8%, 95%를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대일 전자수입의 72%가 부품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산업화를 위한 세트 개발사업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됐다는 생각이다. 이는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한건주의식의 대형 프로젝트사업에만 열을 올려온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품을 쌓아올려 세트를 만들기보다는 세트를 만들고 부품개발에 매달림으로써 사전 수요를 예측 못한 부품업계에는 「그림의 떡」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으로 인해 환율변동이 크게 일어나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전혀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환율이 요동치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이를 유기적으로 흡수, 대응력을 갖추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를 갖지 못해 환율이 그대로 제품가에 반영되고 결국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는 것이다.

최근의 산업동향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지만 2개월째 8%의 산업생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론은 수출인데 이를 위해선 경쟁력 제고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산업구조적인 문제점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함께하는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이는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자세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모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