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안에 (폭소가) 터지지 않으면 채널이 돌아간다.」 TV 쇼 프로그램의 한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는 PD가 한 말이다. 쇼프로그램의 스피디한 구성 연출의 중요성을 잘 언급한 것 같다. 보통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쇼프로그램이 이럴진대, 15∼20초 동안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매어 구매의욕을 자극하거나, 기업의 이미지나 제품의 브랜드를 심어야 하는 TV광고는 말할 것도 없다. 보통 모델에 대한 개런티를 제외하고도 평균 2억원 정도의 엄청난 제작비와 짧아야 1∼2달의 피말리는 제작작업을 집어넣고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바늘구멍이다. 당연히 광고는 최고경영자의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광고업계에서는 『3개월만에 (히트상품, 히트광고가) 터지지 않으면 광고대행사가 날아간다』는 말도 한다. 95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온 기업의 웹사이트들이 우리나라에도 제법 되는 것 같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국내 상용 도메인수가 약 1천8백개라고 하니, 이제 우리 기업들의 홍보나 광고도 인터넷시대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시작하는 입장이라고는 하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들의 웹을 이용한 광고/홍보는 웹의 특성이나 인터넷의 기본을 알고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수준이 낮다. 거의 대부분이 회사가 매년 만들고 있는 연차보고서를 HTML이라는 또 다른 워드프로세서로 인터넷상에 베껴놓은 경우일 것이다. 거의 천편일률, 회사의 로고를 화면 가운데 크게 하나 띄워 그리고, 이어서 회장이나 사장의 딱딱한 메시지가 이어지게 된다. 보통 두꺼운 책자, 금장 만년필, 지구의와 같은 촬영용 소품을 같이 한 근엄한 인물사진이 화면 왼쪽 상단에 큼직하게 차지하게 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 나머지 화면들도 일방적인 회사, 제품, 지사망, 고객지원 등등에 대한 자랑거리를 빽빽히 옮겨놓아 보통의 관심과 인내심으로는 읽기마저 힘들다.
첫 화면 회사로고 밑에서 보았던 당신이 수만 또는 수십만번째 방문객이었다는 수치 자체가 의심스럽게 되면, 다시는 이 웹사이트에 돌아오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된다. 설령, 다시 돌아오게 된 재방문자에게는 거의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 실추가 벌어지게 된다. 자료경신마저도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미지, 제품의 신뢰성, 신속하고 친절한 고객지원 등등, 그 웹사이트에 미사여구로 펼쳐놓은 모든 자랑거리는 여지없이 거짓말이 된다. 자업자득일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TV광고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투자의 미미한 부분이라도 투여가 된다면, 이런 망신스런 일은 없을 것이 아닌가.
웹사이트를 만들겠다고 하면, 짚어봐야 할 것들이 있다. 새로울 것 없는 기초적, 기본적인 것들이다. 왜 웹사이트를 개선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목표 대상들은 누구일까. 어떻게 방문객들이 즐기게 할까. 어떤 인력, 장비 등 지원이 필요로 될까 등의 구축 전략이나 기획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과 준비없이 구축된 사이트들은 재건축에 들어가야 한다. 신축이든 재건축이든 기초적인, 기본적인 단계의 생각과 준비가 되었다면, 면밀한 검토를 몇 가지 더 해주어야 할 것이다. 웹사이트가 가져야 할 기능에 부합하면서 방문객들이 쾌적하고 즐겁게 머물러가는 공간 건축을 위한 설계작업이다. 오디오, 비디오, 3D, DB연동, 상거래지원 등 컨덴트나 쾌적한 접속속도의 보장, 다양한 접속방법의 제공, 공간 내의 친절한 안내 유동 등을 생각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면, 웹사이트설계/건축회사의 선정도 중요한 일이다. 웹사이트 자체를 알리는 마케팅이나 판촉도 중요하다. 여러 과정을 거친 후, 건축심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리고도 지속적으로 웹사이트의 평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재방문율이다. 방문객들의 재방문율과 그 유인요소를 검증을 할 수 있어야만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웹사이트의 구축과 운영에도 쇼프로그램의 3초율은 엄연히 존재한다. 3초 안에 흥미가 터지지 않으면 여지없이 다른 사이트로 마우스 클릭이 된다. 더욱 잔인한 것은 지나가더라도, 실수로라도 다시 들리게 되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노수홍 아이네트기술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