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인터넷 가상대학 설립 본격화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대학설립이 미국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가상대학(Virtual University)은 미국 유타주 마이크 레비트 주지사에 의해 처음 설립됐고 현재 콜로라도, 하와이, 아이다호, 오리건주 등 상대적으로 대학이 적은 미국 서부 13개주 주지사모임인 서부주지사위원회(WGA)에 의해 설립이 검토되고 있다.

과거에도 대학의 일부과정에 온라인과정을 도입하거나,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들의 과제물등을 온라인을 통해 제출하게 하는 등 부분적인 도입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학위가 인정될 수 있는 순수 가상대학 설립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대학의 설립이 본격 추진되는 것은 정보화와 인터넷의 확산이라는 배경 때문이지만 실제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욱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가상대학을 설립할 경우 캠퍼스 확보에 소요되는 거대한 부지와 예산등 자본이 필요 없어지고, 운영자금도 대폭 감축할 수 있어 현재 주립대학에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주정부로서는 예산절감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상대학은 세단계의 절차를 걸쳐서 건립될 예정이다. 우선 월드와이드 홈페이지 형태의 온라인 캐털로그를 만들어 주립대나 사립대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강좌의 목록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사설 교육기관이나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는 강좌도 제시할 예정이다.

두 번째 단계로는 공식 제도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여러 온라인 강좌들을 취합해 하나의 일관된 학과 코스를 만들어 내고 이 코스를 이수한 학생에게 학위를 부여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전통적인 대학과 똑같이 인력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상 교육기관을 탄생시킨다는 것.

그러나, 가상대학의 강좌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이다. 현재까지는 일단 가상대학 설립에 합의한 미국 서부 13개주 지역내의 거주민에만 한정된다는 것뿐이다. 또 이 대학을 통해 획득한 학위가 관련기업에의 취업등에 그대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도의 합의가 이뤄져 있다.

강의방법으로는 인터넷에서의 실시간 동화상 전달 기술을 이용해 교수가 일정한 시간에 코스에 등록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과,시간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에게는 비디오클립으로 녹화된 강의를 온디맨드형태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시험이나 과제물등 학생들의 교육과정 이수를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심해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으로는 오픈북 형태로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형태이지만 이 경우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곤란하다.

학생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ID와 패스워드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시험감독이나 대리시험등을 관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정책적인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기구의 위치문제. 가상대학의 운영은 철저히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더라도 인터넷 서버가 위치하고, 학위등을 처리할 수 있는 중앙기구는 존재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기구를 어느 주에 두는가이다. 13개 지역의 주들이 모두 자기주에 중앙기구를 유치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어 조정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같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오는 97년 가을학기부터는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어서 가상대학의 구체적인 모습이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교육부 주도의 에듀넷사업이 오는 2000년까지는 가상대학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 가상대학의 운영과정이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가상대학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13개 주지사들의 모임인 WGA의 홈페이지(http://www.concerto.com/smart/vu/vu.html)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