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처의 위상제고 방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과기처가 입법을 추진 중인 「과기특별법」과 맞물려 이번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하순봉(신한국당, 경남 진주), 정호선 의원(국민회의, 전남 나주)은 각각 『수출부진의 근본원인이 낮은 기술수준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기처의 위상을 적어도 「부」로 승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투자목표액을 명시하지 않은 「과기특별법」은 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구본영 과기처 장관은 『특별법(안)에 정부예산의 5%를 과학기술개발에 투자한다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볍했다.
과기처는 그러나 『특별법(안)에 과학기술관련 예산선심 조정권을 명시했고 재경원으로부터 매년 과기예산을 30% 이상씩 증액하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히고 『이같은 성과는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실망스러운 것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과기처 연구기획조정실의 한 실무책임자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 간 의원들의 질문도 실망스럽지만 「면피성으로 일관한」 과기처의 답변도 문제』라고 혹평했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과기처의 위상이 본격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계기를 91년 말 정부가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 정보통신관련 업무를 전담케 함에 따라 연구인력, 예산 등에서 국내 최대규모 연구소인 전자통신연구소(ETRI)를 새로 출범한 정보통신부로 넘겨준 것과 또 90년을 전후해 통산부, 건설부 등 각 부처들이 잇따라 산하에 출연연구소를 설립하기 시작한 것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정부 부처간 「연구소의 관할 영역다툼」에서 부처간 위상이 크게 뒤지는 과기처가 국가 연구개발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연구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과기처 위상과 관련, 출연연구소의 축소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최근 기초연구에 속하는 업무까지 다른 부처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해양부 출범에 따라 현재 이관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해양연구소의 경우 남극기지는 물론 기계연구원의 선박, 해양공학연구센터도 대부분 넘겨줘야 할 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남극연구는 그 성격상 해양연구보다 기상, 대기, 지질 등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가깝지만 로비력이 크게 열세인 과기처로서 남극기지 운영을 해양부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한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기처가 부처간 과학기술개발 관련업무를 총괄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다.
<서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