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좋으면 무슨 일이든지 하고 보는 사람들의 그릇된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우리 경제에 찬 바람이 계속 불고 있는 요즘 앞뒤 가리지 않고 먼저 쓰고 보자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내리막인 경기침체가 좋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데도 사람들의 씀씀이는 헤프기가 그지없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소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자신의 신용을 잃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신용카드는 신용사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는 전산망 구축으로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를 금용기관들이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번 신용이 떨어지면 신용거래를 하는데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실정이 이런데도 신용카드를 잘못 사용해 신용경제권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경찰서에 접수된 카드대금 미변제로 인한 사기고소건은 77건으로 전체 고소사건의 20%를 넘었다고 한다. 민생치안에 바쁜 경찰들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하는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시민 2명중 1명은 카드 빚이 있고 1인당 평균 금액은 71만원이란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재경원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8개 카드사들이 떠안고 있는 6개월 이상된 연체금액은 1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의 연간 카드사용금액은 총 50조원 규모인데 전체의 2% 정도가 연체돼 있는 셈이다. 과소비는 우리의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한다. 특히 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질개선이나 첨단기술개발에도 막대한 차질을 준다. 신용카드 때문에 신용사회의 이탈자로 전락하고 나아가 경기침체를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