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집중점검 새 방송법 (5);방송위원회

다음달 초 정기국회 제도개선특위에 상정될 새 방송법(안) 중 여야간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일 부분은 (통합) 방송위원회 관련사항이다.

지금까지 공보처 폐지 및 방송위원회 위상강화를 소리높였던 야당들의 움직임과 정부의 주장이 팽팽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기국회에서 새 방송법 통과여부를 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마련한 야당공동안과 5일 입법예고 된 공보처안을 비교해 보면 이같은 추측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공보처안과 야당안은 (통합) 방송위원회 관련조항의 핵심인 위원구성, 직무에서 도저히 좁힐 수 없는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공보처는 우선 방송위원회의 위원 수를 당초 15명으로 결정했다가 5일 입법예고된 안에서는 12명으로 축소, 현재보다는 3명 늘어난 것으로 최종 마무리했으며 상임위원은 위원장 1인을 포함해 3인 이내로 규정했다.

위원 선임방식도 기존방식과 동일하게 3권분립구조 및 대통령의 행정권 존중 차원에서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이 각각 4인을 추천하는 것을 포함, 12명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반면 야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간의 합의로 10인의 추천인단을 구성한 뒤, 추청인단이 추천한 20인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으며 위원장 임명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내년 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 보자는 야당의 이같은 통합방송위원회 위원구성에 대해 공보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고 있는 상태이며 야당은 야당대로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현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방송위원회 직무에 관한 규정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보처는 방송위원회의 직무를 방송의 편성, 운용에 관한 정책을 다루도록 하는 한편 약관승인, 외국프로그램 편성비율, 외주제작비율, 광고방송시간 및 횟수 등의 사항을 다루도록 했다. 또한 방송사업자 상호간의 공동사업 및 협조에 관한 사항과 외국방송 프로그램의 수입추천업무를 이관했다. 이처럼 공보처의 안에서 나타난 통합방송위원회의 역할은 이전에 비해 대폭 강화됐으나 현실적으로 공보처가 실권을 갖도록 했다.

이에 비해 야당이 마련한 안에서는 방송업무 전반에 관한 실무를 통합방송위원회에 위탁했다. 물론 야당안에서 통합방송위원회의 직무는 공보처의 폐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야당은 이제까지 공보처가 방송주무부처로서 행사해 왔던 인허가업무를 방송위원회로 하여금 총괄토록 했다. 방송사업자의 허가 및 재허가에 대한 추천, 승인, 취소 등에 관하여 위원회의 직무로 정한 사항을 의결하도록 했으며 방송에 관련한 종합적인 기본계획을 수립, 공표하게 했다.

공보처안과 야당안의 방송위원회 관련 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양자의 거리감은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공보처의 폐지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차이점은 새 방송법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한때 야당안이 비현실적임을 지적하며 상정포기라는 엄포성 발언까지 발표했고 야당은 수시로 새 방송법을 다룰 제도개선특위 방송소위가 여야 동수로 구성됐음을 상기시키며 일전불사를 결의하고 있다.

문제는 양쪽의 시각차가 전연 좁혀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야당과 정부가 주고받기식의 타협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새 방송법 처리와 관련한 정기국회의 파란을 예고하는 동시에 내년 초까지도 시한을 넘길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어 방송계를 몸달게 하고 있다.

<조영호, 조시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