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R&D현장 우리는 프로 (22)

<공병윤 해태전자 자판기 개발과장>

지난 78년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자동판매기업계에 뛰어들어 18년간 한 우물을 파온 해태전자 자판기 개발과 공병윤 과장(38)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판기업계의 산증인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자판기는 거의 모두 개발해본 경험이 있다는 공 과장은 언제 어떤 자판기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90년 자판기사업에 뛰어든 해태전자를 자판기업계 3위권 안에 진입토록 한 장본인. 당시 해태전자는 신규사업이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모델개발에 취약했으나 공 과장의 분투로 외국업체의 기술도입없이 독자적인 자판기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92년 해태전자가 경기도 화성에 자판기공장을 설립할 때는 신입사원 1명을 휘하에 두고 6개월만에 생산라인을 안정화시켰으며 이후 자판기 신상품 개발에서부터 기술개발, 생산지원, 외주업체에 대한 기술지도 등을 총괄해왔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독종」이라 부른다. 대인관계, 기술개발 등의 면에서 한치의 실수도 허락치 않기 때문이다.

공 과장은 최근 자판기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식품기기 개발을 적극 추진, 슬러시기와 아이스크림기를 상품화해 매출신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신상품 개발과 함께 기술개발에도 전문가다. 해태가 자판기사업을 시작할 당시 국내 자판기업계는 대부분 릴레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으나 해태가 이 릴레이 방식을 지양하고 마이콤 방식으로 된 자판기를 개발, 출시해 경쟁업체들도 일제히 이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 과장은 자판기가 지하철이나 섬유공장 등 고압전류가 흐르는 곳에서 오동작이 심한 것을 발견하고 어스 및 회로기술을 개선해 3천V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했다.

그는 국내 자판기 기술에 대해 『국내의 자판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무인화기계가 아닌 수익성기기 개념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개발도 무인화를 위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업체들이 수익성 위주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실제 고기능의 기술수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자판기 기술은 메커니즘과 유, 공압 기술이 발달해 자동화가 많이 진전돼 있고 특히 무인화기기로서의 자판기 개념이 정착돼 있어 통신을 이용한 원격관리 및 제어관련 기술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 과장은 국내 자판기산업의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과의 협조체제 구축을 제안한다. 중소기업에는 자판기관련 기술을 무료로 지도해 주고 각종 실험장비를 사용케 하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해 공동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자는 것.

그는 요즈음 국내 자판기시장도 조만간 일본처럼 대규모 자판기 운영업자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원격관리시장이 성숙할 것에 대비, 초절전형이면서 무선통신 기능이 보강된 자판기를 개발하고 있다.

〈박영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