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TFT LCD업계, 제2공장 조기가동 배경과 의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제2공장의 조기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흥 제2공장의 가동시기를 당초 목표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이달중에 플러그를 꽂을 계획이며 LG전자도 LG반도체가 64MD램용으로 건설중인 G2공장을 TFT LCD 제2공장으로 전환, 가동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98년 초 제2공장을 가동할 방침이었으나 이번 계획수정으로 가동시기가 3개월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래 내년 2‘4분기중에 제2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급하나마 이달부터 부분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양사가 각각 제2공장의 가동시기를 앞당기려는 것은 시장이 급반전돼 공급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는 데다 TFT LCD사업의 승패가 적기공급에 달려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FT LCD시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가격폭락, 그리고 일본업체들의 견제로 국내업계가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10.4인치 모듈가격이 1천달러에서 3백50달러로까지 곤두박질하자 막대한 시설투자를 하고 막 양산에 나선 국내 양사는 한달에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고 이대로 가다간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그러나 TFT LCD의 수요가 지난 6월부터 10.4인치에서 11.3인치 및 12.1인치로 급전환되면서 시장은 공급부족이라는 또 다른 혼란에 빠졌다. 공급과잉이던 시장이 눈깜작할 사이에 공급부족으로 돌아선 원인은 TFT LCD의 생산설비가 갖는 한계 때문이다.

TFT LCD업계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생산설비는 대부분 3백70×4백70㎜ 규격의 기판유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 설비는 기판유리 1장당 10.4인치 모듈 4개를 제조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설비로 11.3인치나 12.1인치 모듈을 만들 경우에는 기판유리 1장당 2개 밖에 만들 수 없어 생산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TFT LCD업계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낮은 10.4인치보다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데다 가격도 비싼 11.3인치와 12.1인치를 일제히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모듈 공급량이 종전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반전으로 TFT LCD의 판매에 호조를 누리면서도 생산성 저하라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됐다. 선발 일본업체들은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상태여서 생산성이 절반으로 떨어지더라도 판매만 호조를 보인다면 별 문제지만 양산시기가 1년정도 밖에 안된 양사는 생산성 저하가 커다란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따라서 11.3인치와 12.1인치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의 가동을 최대한 앞당겨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시장호조 기간동안 판매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의 제2공장은 기판유리의 규격이 5백50x6백50㎜로 기판유리 1장당 11.3인치나 12.1인치 모듈 6개를 만들 수 있는 설비가 도입돼 제1공장에 비해 생산성이 3배나 높아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고 생산량이 그만큼 많아져 판매확대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의 제2공장에 갖추는 설비는 일본에서도 DTI, 샤프, NEC 등 3개사만이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으로 있어 후발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설비, 기술면에서 이들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FT LCD에서 단시간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 바로 제2공장의 조기가동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2공장의 조기가동 및 본격적인 양산을 이룩할 경우 양사는 DTI, 샤프, NEC에 이어 세계 4, 5위의 TFT LCD 생산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DTI, 샤프, NEC 등 3사는 5백50×6백50㎜ 규격의 기판유리를 투입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히타치, 후지쯔, ADI, 호시덴 등 대부분 일본업체들은 아직 이 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제2공장 조기가동 방침은 현재의 TFT LCD시장여건을 계기로 삼아 세계 5대 반열에 조기진입한다는 포부가 담겨있는 것이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