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고른 전력 공급의 첨병 UPS

컴퓨터에 의한 데이터 처리가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정보화사회가 도래하면서 전력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첨단정보망의 「생명선」인 전력이 한순간이라도 중단되면 이들 기기는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에 대비하고 전원공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장치를 사용하는데, 이 장치가 바로 무정전 전원장치(UPS:Uninterruptible Power System)다.

종전에 사용되던 용어는 Constant Voltage와 Constant Frequency의 머릿글자를 따서 CVCF라고 했는데, 이는 정전압 정주파수장치를 의미했다. UPS는 여기에 축전지를 부착시켜 무정전화하고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역변환장치가 고장나도 부하장비는 순단(瞬斷)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UPS는 전용으로 쓰이는 전기실에 설치된 수천 의 대용량에서 OA기기용으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수십~수백의 중소용량의 것, 그리고 PC에 사용할 수 있는 10이하 기종까지 다양한 종류가 개발돼 상용화하고 있다.

따라서 UPS는 이제 여름철 과다한 부하에 따른 갑작스런 정전이나 저전압으로부터 정보와 기기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컴퓨터의 보급확대와 이동통신 기지국 건설로 말미암아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92년에는 6백억원대를 기록하던 시장규모가 93년에는 7백억원대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PS의 원리와 구조, 기술동향, 그리고 국내업체들의 동향 등을 알아본다.

<구조와 원리>

UPS는 기술혁신에 따라 소형화, 경량화하고 있어 용량을 구분하기는 곤란하지만 일반적으로 10 이하를 소용량으로, 10~1백 사이를 중용량으로, 1백 이상을 대용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용량 UPS는 각종 OA기기나 FA기기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것이며 부가가치통신망(VAN)이나 근거리통신망(LAN) 등 네트워크의 단말시스템, 슈퍼체인점의 POS단말시스템 등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출력은 수백~10 정도이고, 약 10분까지 정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를 내장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사무실에서 흔히 이용되고 있다.

중용량 UPS는 10~1백 정도의 출력용량 범위로, 사무실 컴퓨터 및 중규모의 컴퓨터 시스템으로 사용된다. 화학, 발전 등 각종 설비의 계장 제어시스템에 사용되며 병원에서 각종 의료 및 관리시스템 등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대용량 UPS는 1백 이상의 출력용량 범위로, 대형 금융기관의 컴퓨터나 항공관제시스템 또는 언론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대용량 UPS는 병렬사용하면 수천급까지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석유화학설비나 의료시스템, 빌딩감시스템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구성의 단일운전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 반해, 금융기관 온라인시스템 및 컴퓨터센터나 대형 방송시스템 등 고신뢰도가 요구되는 대규모 시스템에 대해서는 통상 3∼8대를 병렬연결해 사용한다. 대용량 UPS는 이화전기나 수영전기의 시장점유율이 현저하게 높으며, 나머지 중소업체들의 경우 소용량은 자체 제작하고 대용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설치된 UPS중 최대규모는 수영전기가 한국증권전산에 납품한 것으로 5백짜리 12대를 병렬로 연결, 6천의 용량을 갖추고 있다.

UPS의 기본원리를 보면, 교류입력을 정류기를 이용해 직류로 변환하고 직류부분에 접속된 축전지를 축전하는 동시에 인버터에 직류전원을 공급한다. 인버터는 이 직류를 교류에 역변환하고 여기에 교류필터로 파형을 정형하면 안정된 교류출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압저하 및 정전시 교류입력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도 축전지에서 직류전력이 인버터를 경유해 출력된다. 정전이 복구돼 상용전원이 다시 순변환부 및 충전부에 공급되면 축전지의 방전이 자동으로 멈추고 상용전원은 순변환부를 거쳐 역변환부(인버터)를 통해 무순단(無瞬斷)으로 부하에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서 충전장치는 방전된 축전지를 재충전시킨다.

UPS의 주요 구성요소로는 정류기 축전지 및 CVCF가 있으며 방식에서는 CVCF와 축전지 사이에 직류스위치, 상용전원을 부하에 직송하기 위한 바이패스(Byu-Pass) 절환스위치 등이다.

UPS를 기능면으로 분류하면 축전지 충전방식과 단일 또는 병렬 운전방식, 바이패스 절환방식, 상시 인버터 상용급전방식 또는 출력전압파형, 정현파 또는 방형파 출력방식 등으로 분류된다.

축전지 방식중 Float충전방식의 경우 정류기는 사이리스터로 구성되고 항상 축전지를 부동(浮動) 충전하므로 인버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구성은 단순하고 역률은 낮다. 직류스위치방식은 전용 충전기가 필요하며 정류기에서는 다이오드를 사용해 역률 효율면에서 우수해 대용량에 적용된다.

단일 또는 병렬 운전방식은 복수의 UPS를 병렬운전하는 방식으로 특별히 높은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대용량시스템에 적용된다. 이 방식은 1대의 UPS가 고장나도 다른 UPS가 대체가동된다.

바이패스 절환방식은 인버터를 상시상용전원과 동기운전하고 기동시에는 과부하시에 부하를 상용에 절환해 정상상태로 떨어지게 하는 것으로, 인버터로 되돌리는 운전방식이다.

이 밖에 상시인버터(온라인 UPS), 상용급전방식(오프라인 UPS)이 있는데, 전자가 주류를 이루며 이를 다시 비동기 운전방식과 상용기 무순단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UPS는 시스템 구성방식에 따라 단기운전방식과 상용백업(Back-up)방식, 병렬방식, 병렬상용 백업방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UPS는 비상시에 정확한 작동이 요구되는 만큼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는데 시스템 구성방식에 따라 신뢰도가 크게 좌우되므로 용도에 맞게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백업이 없는 단기운전방식은 교류입력전원의 이상시에서도 부하에 대한 급전은 무순단으로 되며, 인버터는 고장 및 과부하 경우에 급전을 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온라인 컴퓨터시스템에서는 UPS의 보수가 있어도 급전이 정지하면 안되므로 병렬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시장동향>

현재 국내업체들의 기술수준은 외국 제품의 모방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1천급까지는 국내업체가 자체생산하고 있으나 그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UPS의 핵심부품이라 할 수 있는 고속스위칭대전력반도체(IGBT)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의 기술제휴선은 대부분 미국의 IPM이나 엑사이드, BEST, APC, 유럽의 지멘스, 머린저린, ABB, N-Sikon, 인버라텍 등이다. 국내업체들의 설계제작 기술은 미국 및 일본업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핵심부품인 SCR이나 파워트랜지스터, IGBT 등 전력반도체를 수입하고 있어 외국업체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컴퓨터산업의 초창기였던 70년대부터 UPS사업을 시작한 이화전기나 수영전기, 국제전기 등은 각각 미국의 엑사이드, IPM, 에머슨에서 기술을 도입,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한 채 성장을 누려왔다. 이후 80년대 들어 보영전자, 아세아전기, 태진전기, 한강기전 등이 UPS사업에 참여했으며 90년대 들어서는 맥스컴, 삼풍전원시스템, 인텔리시스템, 크로스티이시 등이 가세하면서 중소업체의 치열한 경쟁마당이 됐다.

현재 UPS시장에 뛰어든 국내기업은 대략 1백여업체. 대다수가 수입 또는 조립상이지만, 순수 자체기술로 UPS를 개발한 기업도 더러 있다. 예를들어 수영전기의 경우 미국 IPM과 기술제휴를 맺고는 있으나 자체적으로 첨단기술인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를 채택한 UPS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화전기도 3상 3천급까지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태진전기와 한강기전도 자체개발했으며 맥스컴도 최근 자체개발에 성공하면서 UPS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4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중소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한때 1백50여곳이 이 시장에 참여했으나, 94년 9월 UPS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된 후 점차 업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현재 전기조합에 소속된 UPS업체들의 올 생산실적은 지난 6월 기준으로 3백40억원이며, 조합을 통한 단체수의계약은 7월말 기준으로 77억9천만원에 이른다.

UPS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면서 중소기업의 참여가 줄어든 만큼 그동안 연구개발에 전념했던 대기업의 참여가 늘어났다.

선발주자는 LG산전. LG는 중기 고유업종에서 해제된 이후 곧바로 프랑스 머린저린과 기술제휴해 UPS 생산에 나섰고 지난해 말에는 자체기술로 DSP를 채택한 UPS를 개발해 올 초부터 본격 출시중이다.

현대중공업 및 효성중공업, 포스콘 등도 인버라텍, ABB 등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거나 국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받는 등 UPS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광명전기도 지난 5월 UPS사업에 새로 진출키로 하고 이탈리아의 애로스社와 기술제휴 및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소용량 및 특수용도의 UPS는 자체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 밖에 삼성항공도 가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아직까지 외국기술에 의존하며 그룹내 물량공급에 주력하지만 최근들어 이 분야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국내 UPS시장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UPS시장 상황이 이처럼 난립양상을 보이자 최근에는 덤핑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자본과 기술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UPS업체들은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영전기를 비롯한 이화전기, 국제전기 등 14개 업체가 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나 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ISO 9001인증과 ISO 9002인증을 획득했다. UPS업계는 이제 신뢰성있는 대용량 전력용 반도체의 완전국산화를 기대하고 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