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영세성 극복이 업계의 당면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7일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4백여 의료기기제조업체중 생산실적이 있는 3백4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6년도 상반기 생산금액 및 고용인원별 업체수」에서 전체 50.7%인 1백72개사가 1억원미만의 생산실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조합에 따르면 또 1억∼10억원 미만의 생산실적을 보인 업체도 36.6%인 1백25개사나 돼 전체 의료기기 업체중 87.3%가 10억원 미만의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영세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중 1백억원 이상의 생산실적을 기록한 업체는 1개사, 50억∼1백억원 미만은 4개사로 총 1.5%에 불과하다.
고용인원을 기준으로 볼 때 20명 미만이 2백16개사로 63.5%, 20∼50명이 70개사로 20.9% 등 고용인원이 50명 미만인 업체가 총 84.4%나 되는 것으로집계됐다. 3백명 이상인 업체는 단 2개사뿐이었다.
이처럼 의료기기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영세하다 보니 연구개발에 소요되는막대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어 국산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의 전례를 볼 때 X선 촬영장치 개발에는 대략 50억원,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는 2백억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업체를제외하고는 이같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실제로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을 보면 미국은 6.7%, 일본과 유럽은 5.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에 불과하다.
특히 전자의료기기의 경우 라이프사이클이 예전에 비해 몇배나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 자연스럽게 매출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리스크가 많은 제조보다는 손쉬운 외국제품의 수입판매에 주력하게 되는 결과를 유발, 무역수지 역조에도 단단히 한몫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품질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사업 다각화와 효과적인 마케팅전략 수립, 디자인 개발 등 그동안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차원에서는 중기거점 기술개발, 자본재산업 기술개발, G7기술개발 등 기술개발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초기개발자금(Seed Money)을 지원하는 방안도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영세성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