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와 연봉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와 외국 업체가 임금제도에서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차이는 종신고용제를 기반으로 한 호봉제를 실시하느냐 계약제 기반의 연봉제를 실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모인 첨단기업이라는 특성상 외국의 연봉제도를 선호하고 이를 적극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종신고용 개념 하에서 직급과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의 기본적인 고용문화가 평생직장을 개념으로 화사와 직원이 공존공영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소프트웨어업체들도 대체로 대세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외국의 소프트웨어업체들은 계약에 의한 연봉제도를 선호하고 철저히 개인의 실적을 바탕으로 능력을 평가해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외국 기업들은 서구사회의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임금은 기업이 개인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유일한 수단인 동시에 개인의 성취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임금제도의 차이에 따라 기업문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채택하는 호봉제도는 종신고용을 기본개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정적으로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연공서열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을 지급,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어렵다.
이에 반해 연봉제는 개인의 실적을 바탕으로 능력을 평가해 일정기간마다 재계약하기 때문에 직원 한명 한명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할 수 있지만 고용구조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국내의 우리사주와 비슷한 취지의 스톡옵션제를 도입, 실시해 유능한 직원의 장기고용을 유도하고 있다. 스톡옵션제는 주식매입선택권이라는 뜻으로 회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정 지분을 유리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회사의 발전이 직원 개인에게도 유리하다는 생각을 심어줘 장기고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도 최근에는 호봉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업 등 부서에는 계약고용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 지원제도로 평가되고 있는 스톡옵션제의 도입을 통해 임직원들의 성취동기를 부여하려는 시도도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96년 4월부터 일본내 신규사업법에 의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현재 45개 기업이 스톡옵션제 세제해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지금까지 이제까지 스톡옵션제의 도입을 미뤄왔던 것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 감면 등 정부 차원의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재경원은 우리나라 벤처기업과 상장 기업에 충분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스톡옵션제도 도입을 발표한 바 있어 여기에 해당하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물론 상장기업이나 일정 요건을 갖춘 벤처기업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업체가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제도보완과 개선을 꾀한다면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차원에서 적극 활용해 볼만한 제도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선상에서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재경원에 스톡옵션제 대상에 소프트웨어기업이나 게임개발업체 등 정보통신분야 첨단 기업들을 추가해줄 것을 건의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요구라 하겠다.
〈함종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