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들의 외국방송 프로그램 편성제한규정이 제정 당시부터 국내현실을 감안하지 않은채 만들어져,많은 PP들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지난해보다 올들어 이같은 상황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 柳赫仁)가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외국방송 프로그램 비율을 어긴 적이 있는 케이블TV채널은 전체27개가운데 캐치원, 대우시네마네트워크(DCN)등 모두 12개채널에 달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이를 위반한 9개 채널보다 3개가 늘어났다.
또 지난해 3월 케이블TV개국 이후 12월까지에는 최소한 몇달씩 방영비율을 지키려 노력했으나 올들어서는 영화채널 2개와 Q채널,투니버스,대교방송등 5개채널이 매달 방영비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채널은 외국프로그램의 방영비율 상한기준(과학기술, 교양, 스포츠 방송은 50%, 다른방송은 30%)을 어긴채 최고 77%의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해 왔으며 센추리TV를 비롯 제일방송,KMTV,m.net,동아TV, 교통관광TV, A&C 코오롱 등도 편성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들이 편성비율을 지키지 않은 것은 국내 프로그램 공급이 PP들의 수요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화의 경우 편성비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간 8,9백여편이 필요한데 정작 제작되는 국산영화는 1년에 60~1백20편에 불과한 실정이고 만화영화의 경우도국내에 제작돼있는 국산만화를 모두 4번씩 재방한다고 쳐도 투니버스 연간 방송시간의 30%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제작여건상 국산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지키도록 강요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위반한 채널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관련법규를 개정해 현실적인 편성비율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블TV 특성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순환편성(재방)비율도 올들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영화채널의 경우 지난해평균 67.9%의 재방비율을 보였던 캐치원은 올들어 75.8%,DCN은 지난해 74.7%에서 올해 83.1%로 점차 높아졌다.
다른 채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올들어 재방비율이 점차 신장되고 있는데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PP들의 경영수지 악화가 큰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프로그램공급업체 95년도 경영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백억원 이상 손실을 본 PP는 2백34억원의 YTN을 비롯,캐치원(1백63억),동아TV(1백55억),GTV(1백15억),현대방송(1백11억)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26개 PP가 쓴 총 비용 2천4백94억원중 70.1%에 해당하는 1천7백50억원이 프로그램제작비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경영수지 악화는 프로그램제작 기피 및순환편성(재방)과 이어져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