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TV로 일컬어지는 「벽걸이TV」가 일본에 연내 등장, 내년에는 어느정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채용한 대화면의 박형TV를 일본 후지쯔제너럴이 오는 12월, NEC 홈일렉트로닉스(NEC-HE)가 내년 2월 각각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또 히타치제작소, 파이오니어, 마쓰시타電器등도 내년중 시장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소니는 「플라즈마어드레스액정(PALC)」으로 불리는 독자방식의 벽걸이TV를 12월 시장투입, PDP방식 TV와 자웅을 겨룰 예정으로 있다.
21세기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벽걸이TV분야로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이 올 연말과 내년에 걸쳐 일제히 진출하게 되는 양상이다. 사실 벽걸이TV에 대한 가전업계의 기대는 지난주 지바縣 마쿠하리에서 열린 일본전자전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각 업체들은 벽걸이TV를 부스 전면에 배치, 금세기 최대의 상품으로 주목되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못지않은 주요 전략상품으로 일반에 알렸다.
상품화를 앞둔 벽걸이TV에선 현재 PDP방식이 압도적이다.
PDP를 이용한 벽걸이TV는 대화면과 박형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특징이다. 참고로 브라운관을 사용한 현행 TV는 두께와 무게 문제때문에 36인치형 이상은 사실 실용화할 수 없다. 또 박형화가 뛰어난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는 한장의 직시형으로 30인치형 이상을 제조하는 것은 기술상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반면 PDP는 40인치 이상의 대화면이 가능하고 동시에 두께도 10cm정도밖에 되지 않아 벽걸이TV의 디스플레이로도 적합하다.
PDP방식 TV에서는 우선 후지쯔제너럴과 NEC-HE가 격돌하게 된다. 이들 두 회사는 판매시기 발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등 이미 선두쟁취를 겨냥한 레이스에 들어갔다.
후지쯔제너럴은 42인치의 와이드형 벽걸이TV 「홈시어터」를 1백24만엔의 가격으로 12월 국내시장에 출시하고 내년 2월에는 해외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다음달부터는 42인치 PDP모니터를 오픈가격으로 출하개시한다.
NEC-HE는 42인치 와이드형을 1백20만엔에 출시한다. 12월에는 1백만엔의 샘플가격으로 모니터를 출하한다.
이처럼 두 회사의 벽걸이TV는 가격과 사양이 거의 같다. 그러나 상품전략에선 두 회사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후지쯔제너럴은 TV의 기본기능에 충실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NEC-HE는 TV뿐아니라 PC나 통신등 디지털정보에 폭넓게 대응하는 멀티미디어대응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PDP방식에 맞서는 소니는 12월 중순 25인치형 플라즈마트론 컬러TV를 90만엔의 가격으로 출시한다. 특히 소니는 최근 샤프와 기술제휴, PDP진영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세력군을 형성했다. 이들 두 회사는 PALC기술과 광시야각액정기술을 융합해 광시야각 高컨트러스트의 저가격 대형 플랫디스플레이의 공동개발을 추진, 내년 샘플출하할 계획이다.
이밖에 네덜란드 필립스는 OEM형태로 내년 2월 PDP TV를 상품화할 계획이며 마쓰시타, 히타치, 미쓰비시, 파이오니어도 일본전자전에 PDP모니터를 내놓아 벽걸이TV의 상품화에 나설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처럼 후지쯔제너럴을 선두로 주요 가전업체들이 잇따라 상품화를 결정함에 따라 이미 벽걸이TV를 둘러싼 선점경쟁은 사실상 시작됐다. 이제는 벽걸이TV가 어느정도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인가가 관심사이다.
이에대해 참여업체들은 낙관적이다. 후지쯔제너럴은 2000년 PDP TV시장이 세계TV시장의 약 2%인 3백20만대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NEC-HE는 모니터를 포함해 2002년 시장규모가 1조5천억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확대의 열쇠는 가격이 쥐고 있다. 분명히 1백만엔을 넘는 가격은 일반 소비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때문에 후지쯔제너럴과 NEC-HE 두 회사는 시장이 본격 형성되기 위해선 가격이 인치당 1만엔정도는 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세계TV시장에서의 보급률이 1%만 되어도 벽걸이TV의 시장규모는 4천억엔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가격인하는 어느정도 팔리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후지쯔제너럴의 경우 20만대이상 팔리면 50만엔의 가격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 「싸게 하면 팔리고, 팔리면 싸게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닭과 계란」 논쟁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업체들이 원하는 상황이 펼쳐지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또 한편으론 유사제품인 프로젝션TV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도시바는 「대화면화는 투사형 프로젝션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PDP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