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산업의 양대 업체인 美타임워너와 호주 뉴스사의 대립이 법정 싸움으로 발전됐다. 뉴스사의 루퍼트 머독회장이 지난7일 시작한 미국에서의 24시간 뉴스방송과 관련, 타임워너(TW)측이 자사의 케이블 뉴스서비스를 방해하고 있다며 독점금지법위반 혐의로 뉴욕 연방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이들 양사는 「거대한 미디어제국」으로 세계에 군림하겠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어쨋든 두 거인의 격돌은 완전히 표면화 됐으며 이로인한 여파는 세계 미디어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립이 법정싸움으로 번지게된 시발점은 7일 뉴스사가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폭스뉴스채널」 때문이다. 뉴스사는 서비스에 앞서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케이블TV망을 가진 TW에 프로그램을 방송해달라는 협상에 나섰었다. 그러나 TW는 협상막바지에 뉴스사의 경쟁상대인 MSNBC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하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TW는 10월중에 산하에 CNN을 가지고 있는 터너 브로드케스팅시스템(TBS)의 인수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미국정부는 TW에 대해 CNN과 경쟁하는 제2의 뉴스프로그램 방영을 인수허가 조건으로 제시해 폭스뉴스체널이나 MSNBC 가운데 한 업체와 제휴, 뉴스프로그램 방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협상중이던 폭스를 배제하고 MSNBC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뉴스사는 케이블TV최대업체인 텔레커뮤니케이션즈(TCI)와의 프로그램 공급계약에 이어 TW에도 공세를 취했으나 TW의 배격에 충격이 컸다. 이와관련 폭스텔레비젼 회장은 『TW는 양다리를 걸쳐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을 한꼴이 됐다』고 격렬하게 비난했었다.
또 머독 뉴스사 회장도 『우리와 최종합의에 이르렀었다』고 주장하고 법정투쟁을 시사해 왔는데 결국 제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대해 TW는 『뉴스측이 뭐라고해도 대응하지 않겠다』며 가볍게 받아 넘기고 있다. 특히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며 여유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록 이번에 표면으로 불거져 나오긴 했으나 이들 양사의 대립은 그 뿌리가 깊다. 80년대에는 머독회장이 타임과의 합병이전인 워너커뮤니케이션의 주식을 사들여 워너는 부득이하게 고가에 다시 사들여야했다. 지난 여름에도 머독회장이 다시 TW인수를 꾀하다가 발각됐다. TW의 부회장에 취임하는 테드터너 TBS회장과 머독회장은 犬猿之間으로 지난해애도 뉴스사업을 두고 설전을 벌였었다.
TW와 뉴스사는 모두 연간매출이 1백억달러가 넘는 미디어 기업이다.지금까지 정면으로 부딪쳤던 것은 영화 사업정도였다. 그러나 양사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정면충돌은 시간문제였다.
예를 들면 뉴스사가 미국내 제4의 넷워크방송국 폭스를 운영하는 것에 대응해 TW는 지난해 독자의 넷워크방송국을 발족시켰다. 뉴스사는 내년말에 미국의 통신부문 대형업체인 MCI와 협력해 미국에서 위성방송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TW의 케이블TV사업과 정면으로 부딛치는 것이다.
양사는 현재 TV프로그램 등을 상호 공조해오고 있기도하다. 그러나 지금의 대립이 확대된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사의 간부는 홍콩의 스타TV등 뉴스사 산하의 위성방송회사에서 앞으로 TW의 영화를 방영하지 않을수도 있다며 보복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1∼2년 사이에 일고 있는 미디어분야 재편의 물결은 작고 미묘한 문제로도 기업간의 관계를 붕괴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뉴스사와 타임워너의 법정투쟁도 이같은 흐름에서 나타난 한 단면으로 볼수 있다.
세계 미디어업계는 미국의 뉴스사업에 따른 국지전이 거대 기업의 전면전쟁으로 발전되는 불안정한 시대를 맞고 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