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영화의 사전심의를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그동안 영상산업을 규제해 왔던 관련법률을 새롭게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영화에 이어 비디오, 새 영상물의 경우에도 관련업체들이 『공륜이 시행 중인 심의, 수입추천 및 수입여부 결정이 실질적으로는 사전심의와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며 불만의 소리를 높여온 점을 감안할 때 영상물 전반에 걸친 제도변화가 당면과제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일시적인 혼란상을 보이고 있는 영화계의 현실을 극복하고 앞으로 우리 영상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최근 『국가기관에 의한 영화 사전심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우리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관련부처와 업계들에게 일대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번 헌재의 결정은 단순히 영화계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비디오물과 새 영상물에도 똑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영상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관련법률을 헌재의 결정에 맞춰 모두 재정비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련부처나 업계의 움직임을 보면 모두 피상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업계는 자율적인 심의윤리기준을 마련하기보다는 일부 업자들은 심의에서 삭제받았던 내용을 복원, 재상영하겠다는 상업적인 기민성을 노출시켰다.
또한 문체부는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관료의 속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7일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관계법규가 정비될 때까지의 잠정적인 조치 발표가 바로 그것. 문체부는 이날 발표에서 『공륜으로 하여금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를 하지 않는 대신 연소자 관람가, 중학생 관람가, 고등학생 관람가, 미성년 관람불가 등 4단계로 등급을 결정하고 상영불가 수준의 영화에 대해서는 등급 외 판정을 내려 형법, 청소년보호법 등에 따라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체부는 음반 및 動영상을 활용하는 비디오CD, CD롬 등에 대해서도 당분간 현행 음비법 대로 심의 및 수입추천을 실시하되 추후 전면 개정을 고려하는 수준에서 비등한 여론을잠재우려고 했다. 『비디오나 새 영상물의 경우 유통경로의 특성상 음란, 폭력물이 청소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심의기준을 완화해 가면서 사전심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게 문체부의 공식입장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상치되는 대응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같은 대응은 오히려 업계의 반발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음반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을 때 관련법만 손질했을 뿐 영상물에 대한 사전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 이번에 이같은 혼란을 야기한 것』이라면서 『문체부의 이번 결정은 결국 비디오물과 새 영상물에 대한 사전심의는 또한번 헌재의 위헌결정을 남겨놓고 있는 셈』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심의를 주업무로 하는 공륜의 위상 자체가 불분명한 마당에 근본적인 제도개혁은 뒤로 한 채, 공륜존속 및 심의완화 등을 통한 사태수습에만 급급하는것은 또다른 문제들을 양산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영상산업에 대한 官, 民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통해 민간주도의 공익감시단체에 의한 영상물 사후관리 체계를 이른 시일 내에 정착시키는 한편 국민의 자유로운 문화향수를 최대한 보장하는 관련법안 개정이 당면과제로 등장하고 있으며 법의 개선에 따라 영상산업의 향후 진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