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7)

『2호 자동절체 시스템 재시동 실패하면 일반 회선도 자동절체 시스템에서 분리하여 수동절체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소. 내가 그리로 가겠소. 빨리 보고서 작성하여 다시 보고하시오!』

보고서? 김지호 실장은 보고서라는 말을 입 속에서 되뇌며 최 과장과 정 과장을 비디오 폰으로 불렀다.

『광 단국과 전송실 수동절체 준비해! 자동절체 시스템이 문제가 생겼어. 지금 재 입력중인 2호기 재시동 실패하면 자동절체 시스템에서 회선 빼내어 수동절체 할 테니까 준비해! 앞으로 10분이야, 10분!』

전용회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공용 통신망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는 교환 감시 회선에 김지호 실장은 점유 명령을 입력시켰다. 전국의 모든 지점의 통화량이 화면에 나타났다. 각 교환기마다 붉은 빛의 가시 경보가 번쩍거렸다. 호 폭주 상태였다. 특히 서울 지역의 교환기는 시내외 회선을 막론하고 심하게 과부하가 걸려 있었다. 통신망은 특성상 전국의 통신망 어느 한곳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전반적인 흐름이 막혀 과부하 상태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며, 통신 회선이 많고 사고가 발생한 서울 지역의 호 폭주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 지점의 교환 시스템은 여전히 점유가 되지 않고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영등포 지점의 시외 교환기 부하율을 다시 확인했다. 자동으로 호가 제한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아,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짧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광화문 쪽의 통신선로의 장애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통신 장애가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때문이었다.

『한 과장, 동대문 지점 시외 교환기 아직도 점유 안되고 있나?』

『예, 원주 지점에서 지금 회선 잡고 있습니다. 바로 조치될 것입니다.』

『한 과장, 광화문 지점 맨홀 감시 장치로 접속 가능한가?』 『광화문 지점은 연결되지 않지만 을지 지점은 연결 가능합니다. 연결할까요?』

『그래, 연결해 봐』 『실장님, 연결되었습니다.』

『좋아, 출입자 명단 뽑아. 어제 것부터 출력시켜.』

『잠깐만요. 아, 나왔습니다. 출입자 없습니다.』

『없어? 어제 수중 모터 수리했다고 했는데?』

『광화문 지점 쪽에서 들어가서 작업했는지도 모르잖습니까?』

『그쪽 맨홀은 을지 지점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만, 기록된 자료 없습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