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명 계측기기 업체들이 서울국제계측제어기기전을 비롯, 한국전자전, 자동화기기전 등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계측기기 전시회를 외면함에 따라 전시회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중소 계측기기 업체가 손쉽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업체의 경우 계량업체는 서울국제계측제어기기전에, 계측기기 업체는 한국전자전에, 기타 계장업체들은 자동화기기전 등에 분산 참가하고 있으나 HP나 텍트로닉스 등 외국 유명 계측기기 업체들은 어느 전시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특히 이들 외국업체는 10여년전부터 합작법인, 지사, 판매대리점 형태로 국내시장에 진출, 국내 계측기기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이들 외국 계측기기 업체가 국내전시회에 불참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자사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적합한 국내전시회가 없다는 것. 서울국제계측제어기기전은 순수한 계측기기 전시회라기보다는 계량, 계장 등의 제품이 혼재되어 있고, 국내 순수 계측기기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국전자전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주장이다.
한국HP의 조기창 마케팅부장은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경쟁회사와의 비교전시를 통해 자사제품의 우수성을 상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인데 기존 전시회의 경우 굳이 비교하자면 『도자기전시회에 장독을 전시하는 것과 같아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또한 국내 계측기기산업이 낙후돼 있어 국내업체가 개발한 제품과의 비교전시가 불가능하며 전시회 참여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HP와 텍트로닉스 등 외국업체들은 자사가 단독 개최하는 지방순회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수요자를 직접 방문, 신제품을 소개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국업체가 단독으로 주최하는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 등에 초청받지 못한 일반 사용자의 경우 이들 회사의 신제품을 접촉하지 못하는 등 외국업체에 철저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국내 계측기기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선진국의 시장 및 기술동향 조기입수가 필수적이란 점을 감안, 국내전시회에 외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며 외국업체들도 기업의 책임을 인식,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