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시장이 형성되기도 전부터 업체간의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DVD시장에 뛰어든 세계의 주요 전자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저마다 경쟁업체보다 값싼 제품을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DVD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내년 이후부터 가격인하 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와 마쓰시타는 대당 5백99달러와 6백99달러짜리 DVD플레이어 2종을 출시할 예정이고 파이오니아는 대당 5백99달러짜리 단품과 대당 9백99달러짜리 LDP복합 DVD플레이어를 시판할 예정이다.
내년초에 상품화할 소니와 필립스도 자사 제품의 가격을 도시바나 마쓰시타의 제품에 맞출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최근 상품화한 DVD플레이어를 미국시장에서 대당 6백99달러에 내놓을 계획이다.
DVD플레이어의 가격이 도입 초기단계에는 대체로 대당 6백∼7백달러 선으로 책정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 DVD시장을 주도할 미국시장에서는 이보다 값싼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업체인 RCA와 제니스는 미국시장에서의 DVD플레이어 시판가격을 6백달러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RCA는 파나소닉으로부터, 제니스는 도시바로부터 각각 DVD플레이어 2기종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받을 예정인데 시판가격을 각각 대당 4백99달러와 5백99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기는 하지만 OEM업체의 동급 제품보다 가격인 평균 1백달러가 싼 셈이다.
가격 차이는 일본의 두 업체가 일단 거대시장인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초기시장에 현지업체에 저가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업체들은 일단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저가의 DVD플레이어 공급이 불가피해졌다.
그렇지만 DVD플레이어의 가격을 낮추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업체마다 DVD플레이어의 생산여건이 다르다.
소니 마쓰시타 필립스와 같이 DVD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거나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등 연관사업에 더욱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업체들은 생산 초기단계에서부터 원가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다른 업체들은 특허로열티를 비롯해 상당한 원가부담을 짊어지고 상품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마진폭을 줄이고 많은 물량을 판매하는 것 밖에는 없다.
가뜩이나 선진업체에 비해 브랜드 지명도가 낮은 우리나라 업체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가전사들은 앞으로 전개될 가격경쟁에 대응해 경쟁업체는 물론 DVD용 마이컴 등 핵심부품 기술을 갖고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제휴를 통해 특허로열티 등 원가부담으로 이어질 요인을 되도록 줄여보겠다는 생각이다.
일부 업체는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DVD기술을 가진 일본업체에 OEM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전사는 또 가격경쟁이 치열할 미국 밖의 나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향후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어쨌든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DVD업체들은 DVD플레이어 시장이 다른 가전시장과 달리 도입 초기부터 가격경쟁 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데 주요 변수로 삼고 있다.
〈신화수 기자〉